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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최서림/당고개 블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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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53회 작성일 18-04-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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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서림



당고개 블루 외 1편


그 구역은 언제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이 도시의 한 귀퉁이에 버려져 있다.
개들도 나뭇잎들도 가난해서
행인의 눈치를 살피느라 잠잠하다.
내 인생의 한 토막을 닮은 그 구역은
언제나 잿빛을 머금은 푸른빛이다.
산꼭대기까지 계단이 나 있는 동네,
원색 치마를 입고 뒤뚱거리는 노인들은
호흡의 중심이 턱밑까지 올라와 있다.
절과 점집만큼이나
개척교회가 많은 동네,
강남서 이사 온 스타 정치인이
굽실굽실거리며 명함을 돌린다.
연탄가스가 잘 빠지지 않는 비좁은 골목,
폐지 줍는 할아버지 리어카 뒤로
버려진 개들이 고아처럼 따라다닌다.



봄을 피우다


저 구부정하게 굳은 몸속에도
배꽃, 살구꽃이 피고 있다.
진달래, 산수유 피는 마음을
자기네들끼리는 척 보면 알아챈다.
복사꽃, 앵두꽃 어우러져 알록달록한 패션이
그 정점을 찍고 있다.
희미해져가는 감각이 원색을 찾듯
여기저기 구멍 난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집을 두고 집을 찾아 노인정에 모여든 몸들,
아파트 외벽 같은 마음의 절벽 아래에도
실개천이 흐르고 버들치가 헤엄치고 있다.
억세게 남아있는 사투리와 사투리 사이에
물이끼 낀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초가들이 있고 참외 원두막이 있다.
흘러가는 봄날, 늙은 모과나무 같이
미동도 않는 사람들이 제 속에서
돌고 도는 흑백필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여 있는 시간 위에다 집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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