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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장이지/란링위玩玲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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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장이지
란링위玩玲玉* 외 1편
지금보다 더 애틋한 시대를 살았던 배우
란링위玩玲玉…….
당신은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소문이 무서웠을 뿐.
둘러쓴 이불 밑의 마음은
수십 년의 시간 속에 흩어져버리고
우리는 울 수가 없었다.
매기張曼玉라는 배우가 당신 대신 숨을 멈추고
죽은 시늉을 하고 누워 있었다.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숨을 참았다.
당신은 영원히 숨을 멈추었는데…….
고통 속에서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뗀 한 걸음.
당신은 진짜고
영화는 기껏해야 그 흉내지만.
그것을 우리도 알지만.
당신은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소문이 무서웠을 뿐.
어제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요염한 춤을 추었고
오늘 당신은 꽃 속에 정숙한 잠을 뉘었다.
그제야 소문은 당신을 놓아주었다.
* 관진펑關錦鵬의 1991년 영화.
연지구胭脂拘*
당신의 입술은
동반자살의 실패처럼 쓰디써요.
한날한시에 나지는 않았지만 함께 죽자고,
저 생에서는 헤어지지 말자고
음독飮毒한 입술은 말했지만.
우리의 방엔
큰 거울 작은 거울
거울이 많아
마음의 갈피 잡을 길 없고
길고 긴 수은水銀의 계단 따라가는 길,
생生이 하강하며 금이 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잡았던 손 놓치고 말았네.
당신은 살고, 나는 죽고
귀신은 돈이 없지만
신문에 심인광고尋人廣告를 냈어요.
반세기가 흘러도 연연한 마음
찾아왔건만
뜬 세월 당신은 붙잡고 있구려.
당신이 주었던 연지함胭脂盒
이제는 돌려주고 잊으렵니다.
우리의 방엔
발이 푹푹 빠지는
심란한 거울이 많아.
* 관진펑關錦鵬의 1987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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