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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한성희/과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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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한성희
과식 외 1편
누군가 곁을 떠날 때마다
나는 당신 몸에 들어가 숨는다
사라져버린 모습에 대해
할 말이 없을 때까지
나는 가라앉는다
당신의 기억을 들여다보며 오래 운다
둥글어질수록 휘어지는 당신은
무덤처럼
따뜻한 허기를 느낀다
당신에 대한 슬픔 때문에
한 움큼씩 기억이 사라질 때
나는 무언가를 채운다
죽을 때까지 불룩해지는
죽음 뒤에서도 나를 먹어 채우는
등이 보인 슬픔,
아직도 누가 혀를 몸 밖으로 뻗는다
깊디깊은 이름을 끌어올려
입술에 바른다 여전히 만져지지 않는
몸 안에서 누가 자란다
장마
내가 나도 모르게 놓쳐버린
지상의 잔해들
강 끝에 도달한 생의 풍경은 태연하다
나무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
야생의 내장을 달고 서있다
강도 큰 수술 흔적으로 시큰거린다
병을 알고도 스스로
그곳에서 가라앉고 침묵하고
높은 압력에 몸이 젖어있고
시티촬영을 외면하듯 수면 사이로
뼈의 그림자들이 지나간다
힘이 풀린 가벼운 체위들
잠시 머물다 가는 당신의 언저리
사라진 것들이 모여
황톳물을 움켜쥐고 부장품을 빛내고 있다
수몰을 견딘 행렬들
숨이 멎은 수평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손아귀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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