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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곽성숙/시와 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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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곽성숙
시와 쌀 외 1편
하늘에서 유배된 자의 벌은 평생 가슴이 고픈 일,
시인은 시를 팔아 쌀을 사고
전생에 그녀의 벌은 평생 배가 고픈 일,
그녀는 몸을 팔아 쌀을 산다
-나 먹을 쌀은 내가 폴아
돌아앉은 하류 노인의
안구 건조증 같은 모래알 구르는 소리,
시와 쌀, 시인과 그녀,
그들에게도 남모르는 사연이 있을 테지
그래서 그녀는 평생 스스로 먹을 쌀을 사야 했고,
그래서 시인은 찬란한 날에도 눈물로 시를 쓰겠지
시 한 편과 늙은 여자의 몸값이 수평을 이룬다.
왼쪽에 대하여
몇 해째 마비가 덜 풀린 왼쪽 얼굴 선이 부드럽다
지나치게 고집스럽고 강인하고
표정 정리 잘 되던 때 한때 있었다
지금의 어설픈 왼뺨은 뒷북치 듯
얼떨떨하고 완만한 것이 차라리 평온하다
오른쪽에게 먼저를 내어주고
우선 멈춤을 하는 왼쪽이,
철도 건널목 앞에서 큰 숨을 내쉬고 있다
씩씩대는 기차소리에 가쁜 숨을 묶어 보내고
건널목 턱에 걸려 휘청대어도 괜찮다
무슨 쓸쓸이 모여서 서로를 다독이며
다시 걷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지금, 너의 왼쪽을 바라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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