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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유순덕/폴포인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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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08회 작성일 17-10-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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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유순덕




폴포인트




비 내리는 소리들이 빵 냄새를 굽고 있어
코끼리 새의 날개를 달고 나는 바다를 향해 날고
당신은 바오밥나무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지


새의 영혼을 만질 수 있는 발이 있다면 불길한 예감만으로 우리는 아흔  아홉 개의 터널을 지날 수 있을 텐데 서로의 귀에 알을 낳을 수 있다면 펄럭이는 소리를 내는 마다가스카르의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우리는
먼 바다 고래들을 따라나서고
비는 안오는데 거꾸로 선 바오밥나무는 여전히
우렁우렁 오랑우탄 소리를 내고


함께 바다가재 잡으러 가지 않을래
않을래?


기차를 타고 새 일터를 향해 떠나는
우리는 자꾸만 울먹이고
미리 잎 다 떨군 오후 세시가 되고




죽녹원에서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누군가 대나무에 이 문장을 새겨 놓아
나는 내가 좀 더 근사해 보여


가늘게 뜬 눈으로 마디와 마디를 만져봐
누가 슬픔을 이토록 단단히 엮어 두었을까
축축한 바닥에서 부풀어 오르는
생생한 물방울들


훌쩍, 날아가 버린 시간이
지상을 잠시 비우며 쓴 유서 같아
엄마를 찾던 내 아이들은 어디 갔을까
연두로 물든 대숲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도 같은데


모두 떠나고 없는 이 텅 빈 부재


봄 그늘에 묻힌 삶이 너무 가벼워
자꾸만 몸이 아프는 그런 날이야







유순덕_2013년 《열린시학》으로 시등단.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구부러진 햇살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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