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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봉윤숙/청화백자국화문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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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586회 작성일 17-10-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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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봉윤숙




청화백자국화문병





나비가 꽃을 찾아다닌다고 여기지만
꽃이 나비를 찾기도 한다
병 속 웅크린 꽃이 있다
애벌레로 오래 기우뚱거리는
날개를 펴기 위해
변태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흙속에 수많은 날개가 화끈거리는
불의 계절에
살포시 앉아있다


나비는 지고 꽃은 날아간다
접었던 날개를 따라간다
언덕이 벗겨지고 바람은 빨갛게 물들어
팔랑팔랑 까르르 벗겨진다


투명하게 날아오르는 나비는
꽃의 앞 계절
두께가 다른 날개가 있다


돋을무늬로 청화절사진사안료를 함께 곁들인
그대로 끊어내어 날카로운 더듬이가 있다


지금은 꽃이 오지 않는 계절
깊숙한 곳에 모셔놓은
화병에 꽃을 꽂으면 나비는 날아갈 것이다
가늘고 긴 목
날카로운 주둥이와 풍만하게 부푼 몸을 가지고 있다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바로 거기
똑바로 가다가 뒤돌아보기도 하고
언뜻
걸음을 멈추기도 하는 
표정이 굵거나 얇은 풀잎 같은 눈빛
낮은 돌계단 몇 개
예서체로 분홍진 골목
옛 사랑 하나
 
날이 흐려지면 뻐꾹, 뻐꾹
달이 내다보거나 별이 웅얼거릴 때면
찌이익 찌익 쇠 긁는 어치의 목소리
엄마는 늙은 풍경소리를 좋아했지
구름이 많은 날
부엉이는 물고기 지느러미를 물고 날아오르고
초콜릿이 비처럼 내리거나
어쩌다
반짝 햇살이 비치는
 
노을의 등을 넘어 창문으로 걸어오는






봉윤숙_201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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