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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송정현/나 원 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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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송정현
나 원 참
도대체
그 눔은 왜 만나려는 거야
그 눔이 뭐 하는 눔인지 알긴 아는 거야
누구는 그러더라
아름다운 거라고
수수께끼 같은 거라고
껍질이야 살이야 쏘옥 갈리고 남은 즙 같은 거라고
또 누구는 그러더라
뼈까지 사무치는 거라고
도대체 그 형체도 보이지 않는 그 눔 때문에
밤, 낮으로 데굴데굴 머리를 굴려야 하는지 말이야
그 눔이 밥을 준데? 돈을 준데?
나 원 참,
그 눔의 입맛에 맞출려고
별의 별짓을 다하네
짧은 입맞춤이 좋다고 하여 짧게 들어가면
긴 호흡이 좋다고 하고
새옷 갈아입히면
생뚱맞다 하고
나 원 참,
너는 대체 누구냐?
틀을 벗으면
도마를 닦던 행주가 이전의 걸레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행주와 걸레를 함께 넣고 삶았나보다 하얀 융으로 거듭난 것들이 쉬 구별이 되지 않아 저지른 일이다 마룻바닥을 제 집으로 알고 살던 걸레가 그새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걸레를 걸레여야 한다는 표지에 깃발을 꽂기 시작한 건 응당 그래야만 하듯 언니가 즐겨 입던 얼룩무늬옷을 물려 입은 날부터인지도 모른다 문득 하얀 원피스를 입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오늘 같은 밤에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돈이 똥이 되고 원수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송정현_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꽃잎을 번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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