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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이정림/넝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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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351회 작성일 17-10-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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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정림




넝쿨




낮은 포복이다
몸에서는 풀냄새가 난다
손이 손을 모았다
담을 향해 줄타기를 시작하면
속도는 시작되고 간혹,
끊어진 넝쿨은 손이 손을 놓쳐 허공에서 허우적댄다
매일은 오늘처럼 소음과 속도에 길들여진
고속도로 담벼락은 몸뚱이를 내어준다
넝쿨은 향하는 끝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더듬어 등줄기로 바람을 잡아
어제를 오르고 오늘을 오른다
소음과 속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는 방음벽으로 옷을 입었다
넝쿨은 고속도로 넘어 매일을 조금씩 키워간다
시간을 넘어 소음과 속도를 갈아타며 넝쿨은 사는 것이다
견디는 사이
오늘을 슬쩍,
넝쿨에게 밀어넣는다
손과 손이 모이는 시간이면
한뼘이 커졌다





L은 비닐옷을 입었다



L을 보았다
신호 대기 중인 차들 사이 비닐옷이
마디마다 노끈으로 치장을 했다
바람으로 부풀어 올랐다
틈이 나면 찢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 횡단보도 흰 칸마다 삐져나온
땟자국과 조각난 비닐이 함께 나부낀다
풀어 헤쳐진 비닐 셔츠는 뒤틀린 채 매달려 있다
기침도 흩어지고 깁지 못한 조각은 노란 테이프로 마름질 되었다

L은 비닐조각으로 날개를 만들었다 막판 뒤집기에 판돈을 걸고
비닐봉투는 불면으로 네온불 키워나간다
그늘로 굵어져가는 소문들은 허기를 채우지 못한 채
파산했다 빚쟁이는 날을 세워 횡단보도를 오간다
어제를 내놓아 비닐봉지를 두르고 둘렀다
 
L은 아스팔트에 걸터 앉았다 술잔 속 유리는 바깥이다
길은 누구냐고 묻지 않고 밤을 이불로 끌어온다
눈을 감았다 우회로는 일방통행이라고

L은 귤을 사고 싶다 비닐봉지 안에 담겨진 귤은 안전하다
비닐봉지는 비닐로 오늘이 가볍다





이정림_2016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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