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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신진련/지폐물고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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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신진련
지폐물고기
자갈치수협 아가씨가 드라이기로 돈을 말린다
비린내를 품고 먼 길 돌아와
온풍에 몸 녹이는 물고기 한 마리
젖은 몸 말라갈수록
옛 주인들 발자국 드러난다
돌바닥 물길을 헤엄쳤는지
가시 많은 모래밭을 걸었는지
마감에 쫓겨 긁힌 멍울들
문신처럼 새겨진 전화번호는
누구의 지문일까
덜 마른 몸을 일으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지폐 물고기
다발에 묶여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서리꽃
―냉동창고에서
죽기 직전
마지막 숨이 얼면
꽃이 된다죠
죽음을 선별하는 최후의 의식이
살갗에 체온을 건네는 일이란 걸
죽은 자들은 모르겠지만
‘백오십 그램 내외, 초콜릿색이 날 것’
행선지는 밝히지 않기로 해요
죽어 피운 꽃은 차가워
볕 좋은 화원은 갈 수 없잖아요
서리꽃으로 몸 감싼 주검들
금방이라도 냉기를 벗고 퍼덕거릴 것만 같은
한여름인데
냉동 창고에 만개한
오징어 서리꽃
신진련_2017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사계김장생문학상 본상, 해양문학상 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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