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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김 규 린/안개숲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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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 규 린
안개숲 외 1편
자작한 숲에서 밥물 뜸 들듯
뭉근히 익어가는 하느님
나를 빌려 묵시하는 눈빛이
수틀처럼 따뜻하다
수런거리며 옛 투의 수를 놓는 꽃과 나무들
식물들이 지나는 한 땀
돌아오는 한 땀
바늘길 위에 뿌려지는
끈끈이풀 같은 마음
운명의 가지는 없는 사람을 선명히 켜들고
오지랖 넓게 나를 비춘다
나를 내포한다
서늘하고 섬약한 지구 한 장의 무게가
가지 끝에 실린다
올올이 풀어헤친 채 소용돌이치는
몇 마디 잎맥들이 퍼덕이고 있다
바람이 풀어놓은 바다가
숲에 번진다
스무 살의 드로잉
화단이 무너졌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불티 물고 날갯짓하는 가벼운 새들에게 모이 주기 위해
불법체류의 밀알을 세는
머나먼 아버지
아무리 털어도 털어지지 않는 먼지가
비틀비틀 구름을 피해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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