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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김형미/맨드라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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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27회 작성일 18-04-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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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형미



맨드라미 외 1편


흰 닭을 삼 년 기르면 귀신이 된다는 속설을 아시오 담 밑으로 흰 닭 벼슬 여럿 올라 있는 걸 보오 태양빛은 뜨겁고 살빛 쓸쓸함이 밀려드는 때라오 아직 신조神鳥가 되지 못한 저 흰 벼슬꽃 때문만은 아니라오 하늘문을 오가며 인간 세상에 뿌리를 두었지만, 말이란 상대에게 절반도 전달되지 않는 것이어서 외로웠소 꽃이 핀다는 것은, 공기의 흐름을 막았다가, 그 막은 자리를 터뜨리면서 내는 파열음 같은 것 삶 속 깊이 목울대를 내린 토속적 영물이 내는 그 소리 흰 닭이 울면 우주의 시간에 때가 이르렀음을 아시오 혼자이지 않아서 쓸쓸하지 않은 날들이 계속될 거라고 두 눈알을 두륵대는 무리들 따라 기하학적으로 돌고 있는 풍향계처럼

아시오, 모든 인연 뛰어넘어 이제는 둥지로 돌아가야 할 때라오



부처꽃


붙들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산 깊은 곳으로 꽃 지네 하나둘,
곁이 조금씩 비어 생이 더욱 허적해진다고
바람 분다 아아, 바람이 분다
무언가 한 가지쯤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꽃 진 자리마다 바람은 불고
다 놓아도 내가 사라지지 않는, 단 하나 그 길이라면
살고 죽는 것을 전부 네게 걸어도 좋으리
우리가 산다는 건 결국
내 안에서 나를 찾다 가는 바람이런가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다 같이 돌아갈 수만 있다면
뼈도 없고, 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에서 바람 분다 아아, 바람이 분다
번뇌만큼 크게 깊어왔다가
산 일 없으니 죽을 일도 없이
꽃 지네 사람이 지듯
지는 꽃을 보며
손가락 한 마디만큼 짧은 목숨을 다 살고
가는 부처꽃 붙들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영영 가는,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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