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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권두칼럼/장종권/신神들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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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35회 작성일 23-01-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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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권두칼럼/장종권/신神들은 돌아온다 


장종권 본지 주간


신神들은 돌아온다 



언젠가 신들의 얼굴을 본 사람들이 있었다. 공포스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던 그 얼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노래로 불려지고 문장으로 새겨지고 상으로 만들어졌다. 이리하여 오랜동안 신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항상 인간들의 곁에 있었다. 인간의 얼굴과 인간의 목소리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신들도 인간처럼 배불리 먹었고 인간처럼 배설하였다. 신들은 숨어서 은밀하게 호령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신들은 인간과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함께 일하였다. 인간은 행위란 오로지 신들을 흉내 내는 것이었고 그것으로 인생을 엮어갔다. 애초에 신들의 필요로 인간이 태어났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마치 인간의 필요에 의해 신이 태어난 것처럼 신화는 쓰여져 왔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신들은 하나의 신이 아니라 남자신과 여자신이 있었으며 사랑의 신과 증오의 신이 함께 있었다. 평화의 신과 전쟁의 신도 함께 있었다. 그러므로 인간의 모든 감정은 신들로부터 나왔다. 신들이 인간을 배웠다 하는 말을 신들은 결사적으로 부정했다. 신들은 전지전능하지 않았으나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신들은 자신들의 여유와 풍요와 편리함과 휴식을 위해 인간들을 길들였다. 인간들은 신들에게 복종과 노동과 공물을 바치며 온갖 위험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했다. 신들이 공물인 여성을 사랑하다가 신을 닮은 인간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신들은 모든 것을 챙겨줄 수 없어 인간들에게 약간의 지혜와 지성과 건강을 베풀었다. 신들의 삶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이었다. 신들이 베푼 최소한의 능력으로 인간들은 불편함이 없이 잘 살았다. 신들을 위해 노동하고 신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도 행복했다. 신들은 자신들을 위해 인간들을 자신들과 닮은 모습으로 개조해 나갔다.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입는 것도 먹는 것도 비슷해야 했다. 그래야 인간들의 노동과 인간들의 공물이 가치가 생겼다. 신들에게 따로 신들을 탄생시킨 조물주가 있는지는 모른다. 태초에 인간들을 신들이 만들었는지도 정말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신들은 인간들을 다스리고 부리기 위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렇게 되어나갔다. 

처음에는 신들에게 복종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차츰 신들에게 저항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신들을 닮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신들보다 무지했기 때문에 신들에게 대항할 수도 있었다. 신들도 저들끼리 끊임없이 다투고 싸웠다. 신의 시대에 나약한 인간들은 그저 신들에게 복종했고, 신의 시대에도 죽어도 좋다는 인간은 용감하게 대들었다. 신들은 인간을 길들인 일을 후회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인간들은 대담하게 신의 방식으로 신들에게 저항하고 도전했다. 인간들의 숫자는 신들보다 몇 만 배나 빨리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들은 대드는 인간들과 싸우자니 도무지 체면이 서지 않았다. 인간들이 신들처럼 살고 싶다는 깃발을 드높이 쳐들었다.

신들의 생명도 유한하여 인간들처럼 언젠가는 죽었다. 그러나 신들의 생명은 인간과는 비할 수 없이 길었다. 인간이 수백 세대를 바꿔가도 신들은 같은 신이었다. 신의 생명은 거의 영원이어서 인간도 영원을 꿈꿨다. 신의 힘은 위대하여서 인간도 위대한 힘을 꿈꾸었다. 신들의 전쟁은 신이하여서 인간도 신출귀몰이고자 했다. 신들은 인간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신들끼리 싸웠다. 인간은 전쟁이 없이도 잘 살았으나 어느날 전쟁을 배웠다. 싸워야만 옥토와 황금이 내 것일 수 있다는 소중한 법을 배웠다. 신들은 승리를 위해 몸을 기르고 싸움의 기술을 익혔다. 신들의 전술전략은 기가 막혀서 인간은 그것을 지켜보았다. 신들도 싸우다가 다치기도 했고 피를 흘리며 죽기도 했다. 신들은 승리하면 패배자들을 노획물로 삼아 노예로 부렸다. 패배자들은 극심한 노동을 착취당하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신들은 대단한 성채를 세웠으나 인간들로서는 성채를 짓는 일이 불가능했다. 

굴복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는 인간들을 향해, 자신들을 닮아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강해지지도 못하는 인간들을 향해, 바이러스를 꽃잎처럼 흩뿌리며 신들은 오고 있다. 장대비를 폭탄처럼 뿌리며 신들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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