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79호/신작시/장종권/탱자나무집 탱순이·1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79호/신작시/장종권/탱자나무집 탱순이·1 외 1편
장종권
탱자나무집 탱순이·1 외 1편
달빛 아래 피어 하얗게 꼬드기는 탱자꽃
멋도 없는 향기에 끌려 덥석 안지 마라.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순식간에 기함하리라.
무 뽑다가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총각 일꾼이
무 패대기치고 무밭집 주인 탱순이를 찾아가네.
가시나야 꽃은 한창인데 탱자는 언제 열린다냐.
멍멍멍 아무리 짖어도 탱탱한 탱자꽃은 지지 않네.
혓바닥으로도 꽁지로도 도무지 건드릴 수 없는 꽃.
금년도 떨어지는 탱자는 없으리 하릴없이 달 보고 짖네.
탱자나무집 탱순이·2
탱자나무집 탱순이는 맨날 볼이 탱탱 부어있고,
건너집 숫총각 작대기는 탱자나무만 쑤셔대네.
구경하는 동네똥개는 탱자탱자 불알이나 흔들고.
탱자나무 뽑아내려고 동네 총각들 다 모였네.
꽃도 좋고 탱자도 좋지만 탱순이 얼굴 좀 보자.
간만에 설레는 탱순이 삐긋이 먼저 방문 여네.
탱자나무 울타리 없앨 것이면 뿌리 채 뽑아야지.
설렁설렁 치웠다간 내년에 또다시 무성하리라.
발 벗고 나선 탱순이 머리끈 질끈 동여맨다.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 완료.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 외. 미네르바문학상 외 수상.
추천0
- 이전글79호/신작시/백인덕/뼈아픈 근황 외 1편 23.01.05
- 다음글79호/신작특선/서규정/신작시 카페 바그다드 외 4편 23.01.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