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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양균원/재스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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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00회 작성일 23-01-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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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양균원/재스민 외 1편 


양균원


재스민 외 1편



피고 지고 피는

1년 내내 바지런한 친구다

고맙다 여기고 사진까지 찍어 자랑하였다

첫 자줏빛이 탈색해 가면서 

앞섶을 하얗게 열어버리는 꽃

그 몸짓이 살짝 헤픈 여자를 상기시켜서

싫다가 좋다가 미워지다가

그냥 친구지 싶어

시큰하게 삭은 마음을 주었다

좁아터진 화분에 

흙을 한 줌 얹어줄 줄은 알았으나

큰 터전에 옮겨줄 줄은 몰랐다

너에게 어울릴 기후와 토양이 

어디 딴 세상에 있으랴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래도 잔가지는 밤새 새 잎을 내밀었다

쓸 데 없는 데 힘쓰겠다 싶어

뚝뚝 끊어주었다

부러진 곳에서 희미한 살내가 풍겼다

그냥 그런 줄 알았다

잎들이 누렇게 변해가도

그러다 하나둘 맥없이 떨어져도 

저러다 말겠지 했다 

올봄 내내 꽃 소식이 없다

근근이 지탱하고 있다는 듯

한 자세로 고요히 서있다

창가 바람 새드는 곳에 옮겨두고

더 이상 네게 꽃을 요구하지 않겠다

이대로 네 곁에 죽 있겠다

중얼거리고 있다





요거트



거꾸로 서있다

냉장고 문짝에 들러붙은 

피렌체 베키오 다리  

그 곁을 왔다 갔다 하는 눈치더니 

주인마님 눈 밖에 난 듯

짧은 목으로

육신을 지탱하고 있다

밖으로 흘리는 땀은 없으나

속에서는 삭은 응유가 고이고 있으리라

저것이 마지막까지 쥔장을 향하는 

오체투신의 자세겠지

멋대로 살아서는 곤란하고

사는 대로 살아도 딱하긴 마찬가지고

저 편하자고 드러누워서는 

더구나 난감한 일이겠지

아직 남은 체액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발바닥이 된 머리끝에 모아

당신에게 바치리라

옛 어른은 요런 걸 

단심丹心이라고 하겠으나

넌 그저 플레인 요거트 혈통에 따라

생의 끝까지 희멀쑥하게 

걸쭉할 따름이겠지





*양균원 2004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집밥의 왕자』. 연구서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 대진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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