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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김설희/언저리가 중심을 만든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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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00회 작성일 23-01-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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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김설희/언저리가 중심을 만든다 외 1편 


김설희


언저리가 중심을 만든다 외 1편



금계국 꽃대가 훌쭉하다

바람이 노랗게 흔들린다

잎들이 낱낱이 흔들린다

중심이 흔들린다


벌들이 꽃술에 앉는다

꽃술은 꽃의 중심에 있다


봄 여름 가을, 

중심은 꽃잎을 피워 언저리를 꾸민다


벌은 중심에 앉았다가 잠시 언저리를 스치고   

또 다른 중심을 찾아간다


언저리를 보면 중심이 보인다


바람이 분다

금계국 그림자가 땅을 흔든다

그림자에는 중심에서 꿀을 훔치는 벌이 보이지 않는다

꽃보다 그림자가 크게 흔들린다





그늘을 밟은 날



들었던 발을 놓으려는데 

벌레 한 마리가 느닷없이 그늘로 왔다


그늘의 크기도 모르면서

뉘 발밑인 줄도 모르면서 

그늘을 찾아 

여러 개의 다리로 정신없이 달려왔을 것이다


가속도가 붙은

내려가는 발을 멈출 수 없어 

그늘을 들고 있을 수가 없어

발은 발의 크기만큼 땅을 디딘다

신발은 테두리만 보여준다


신발의 컴컴한 그늘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늘을 딛은 발이 확확 달아오른다

자석이 붙은 것처럼 발이 무겁다

온몸이 뜨끔뜨끔하다 

자자하던 새소리가 뚝 끊어졌다


단지,

이백사십오미리의 그 감옥





*김설희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산이 건너오다』. 아라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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