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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박광영/구름의 그림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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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36회 작성일 23-01-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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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박광영/구름의 그림자 외 1편 


박광영


구름의 그림자 외 1편



학구삼거리, 쇳공장 담 옆에는 원추리 군락이 살고 있었다


공장 안에선 땅- 땅- 망치들의 아웅다웅 소리가 흘러나왔고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은 인근 구멍가게에서 간간이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이태 전, 자재를 실어 나르던 트럭들이 뜸해지더니 그해 가을, 공장에는 침묵이 스며들었다 그후론 들고양이가 안마당을 쏘다니고 해거름에는 붉은 망토를 입은 노을이 페인트칠 벗겨진 출입문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엊그제 원추리 꽃대가 올라온 날, 붉은 글씨가 하나 걸렸다‘법원 경매 중, 공장 토지 5천평, 건물… ’공장 안의 모든 게 낡았지만 현수막은 산뜻하게 펄럭였다


경제신문의 헤드라인에는 서울의 아파트 값이 널뛰기한다고 박혀있다 돈으로 집을 먹고 집으로 돈을 긁는 세상, 은밀하게 돈독 오른 방에서만큼은 지폐 뭉텅이가 어깨춤을 추고 있을까


이 지상에는 이빨를 바드득 가는 당신 같은 사람과 속으로 웃음을 참는 부류가 있다 실패한 무릎마다에는 쇠창살처럼 빛을 잃은 별들이 주룩주룩 달려 있을 것이다 누군가 벌면 누군가는 잃는다고 아버지는 말했었지 


원추리들은 자리를 지킨다 이내 꽃대를 계속 올릴 것이다 구름의 그림자가 밀려들면 





치자꽃



무인도에 가야겠다


아무런 향기도 풍기지 않는 곳


바다 내음만 안개처럼 감싸오는 섬


그곳에 갈 때엔

치자나무 한 그루 가져가고 싶다


늦봄부터 피는

백설기처럼 하얀 꽃,

꽃 하나에

노랫말 한 구절씩 되뇌어 보고

이윽고

가슴 속 뼈마디 이내 새끼손가락 크기로 자란

여린 가지들이 있다면 


새기고 싶다

가느란 칼금을 그으며 노래하련다


아무렴

치자꽃 향기 

저 무량의 바다 너머

아리랑 아리랑 넘어간다





*박광영 2014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만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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