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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강순/사라진 장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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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668회 작성일 17-10-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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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순





사라진 장갑



왼쪽은 웃었어 내가 다섯 손가락을 내주었을 때
날 사랑한 댓가는 없다고 미리 알려 주었는데도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애닯아지면
순정을 변심과 맞바꿀 수는 없다고
슬픈 영혼을 거룩히 남긴 동물들의 계절처럼
너는 조금씩 닳아가며 웃었어


그 계절에 꽃이 화들짝 피어날 때
나의 피부가 너를 황홀하게 부풀릴 때
사랑해, 절정을 터뜨린 건 그 순간 진실이야
눈발조차 외로운 겨울밤이었으니


순간에 미친다는 건
완고한 겨울이 봄을 건너뛰고
불붙는 여름이 되어버린 거라고 하더군
뜨거운 피부와 피부가 낳은 말들
기억의 문턱에서 흘러 넘쳐


음흉하고 날카로운 망각이 자라나
우리의 추억을 귀퉁이부터 조금씩
침범해 오기 전까진


너의 말들이 쌓인 귀를 문지르면
네가 남긴 흰 살비듬, 뚝, 뚝, 떨어져
서랍 속에서는 계절이 바뀌지 않는군


망할ㅡ





부재신고



빗사이로막가
눈사이로막가
걷고뛰고막가


누렇게 바랜 운동화 신고
시간의 구릉과 구릉을 넘어
은밀한 유혹의 냄새


팔짝팔짝 뛰는 날언어를 마구 삼키고
온갖 희귀어도 풍성히 맛보며
식욕이 풍덩 왕성하던 시절


길이 없던 여자가
윤동주나 니체 같은 이들과
음험한 작당과 음모를 꾀하자


무성한 길들이 와르르 일어나
길을 잃고 며칠씩 헤매고야 말았다지


플라타너스 가로수 무성한 도로변
왼쪽 골목으로 사알짝 돌아들어
남루한 차양 아래 중고책방
삼십 촉 알전구 같이 희미한 간판 속으로


지금 쏘옥 빨려들어간다





강순_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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