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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김용균/밴댕이 소갈머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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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913회 작성일 17-01-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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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용균





밴댕이 소갈머리



밴댕이 소갈머리하고는,
할매는 함께 시장에 나온 좁쌀뱅이를
되알지게도 쏘아붙였다.
한참 찌들은 허우대이긴 해도
억센 노동의 흔적이 역력해 보여,
내 순전한 가늠으로는
못 배운 것이야 팔자소관일 테고,
꽁하지만 더없이 착한 심지 하나로
식솔들의 호구糊口만을 숙제로 알고
호된 세월을 한평생 견디었으리.
흙먼지 분진가루 뒤집어쓰고
땀범벅 눈물범벅 잘도 참아냈던,
그 나름의 공으로라도 대들기는커녕
한 마디 대꾸조차 못하는 지지리 궁상이
은근히 부아 나고 측은도 하여
하릴없이 노부부를 쫓다가보니,
언뜻 바로 엊저녁 밥상머리에서
악착스레 이웃집 개짓는 소리,
그까짓 걸 너그러이 용서 못하고
진드근한 아내에게 공연히 컹컹댔으니
내야말로 그 말을 들어 마땅했구나.
밴댕이 소갈머리 같으니라고,






반가사유상을 뵙고



갑자기 단풍든 날 아침 뜨락엔
시들고 남은 풀꽃 향긴지
갓 익은 모과향 때문인지
갈바람이 참 삽상했지만,
빈 하늘을 높이 떠도는
철새들의 휘영한 울음소리에
와락 헛헛함이라니.
시간은 유장하리라 애써 믿고도
늘 쫓기며 지내오느라
어지간히 지친 몸을 끌고서
내 마음 또 어딜 재촉하는가.
알 듯 말 듯,
알 듯 말 듯,
오묘한 미소가 문득 그리워
한달음에 찾아뵌 반가사유상은
향훈의 장막을 걷고 날 반기며,
그만하게 탐내고 누렸으니
늙고 병듦이야 별수 없거니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뿐인 걸음인데
무얼 그리 총총대느냐.
천년의 고요를 꼬박 새운
홍싯빛 표정 앞에서
비로소 내 마음도 단풍들겠네.







**약력:2014년 시집 『낙타의 눈』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능수 벚꽃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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