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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이인원/새벽을 프린팅 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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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인원
새벽을 프린팅 하다
흑사탕 같은 허공을
잘게 부수는
시계소리
잘게 부서진 허공에
개미 떼처럼 들러붙는
시계소리
시퍼렇게 되살아나는 잡생각에
굵은 소금을 뿌리는
시계소리
절임배추가 된 새벽을
몇 번씩이고 헹궈내는
시계소리
채반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시계소리가
수많은 귀를 3D프린팅 해내고
겨우 막대만 남은 허공에
사탕가루처럼 들러붙는
말랑말랑한 귀,
콩깍지
위치가 가치다,
역세권도 아닌데 역세권이라 우기는
아파트 분양 광고 카피처럼
가슴이 머리보다 높으면 위험하다
덜컹, 찬바람 불면
수은주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떨어질 것인데
눈에도 가슴이 숨어있다고 믿었던
순정부품이라 의심치 않았던 네 가치
이제 와서
재건축을 한다 해도 도저히 손익계산서가 맞지 않는다
가슴에도 눈이 달려 있겠거니 속단했던
내 경솔함의 소치였다, 모든 게!
제 가치를 추락시키는 잘못된 위치와
제 위치를 착각했던 위조된 가치로
온 나라가 우왕좌왕인데
최고 분양가를 노려 볼만한 계란 노른자 땅을
우매한 선착순 방식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폭락시켰던 죄로
지금
북향 아파트 1층 사이드에 곰팡내와 더불어 살고 있다
이인원_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마음에 살을 베이다』, 『사람아 사랑아』, 『빨간 것은 사과』,『궁금함의 정량』.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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