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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박혜연/어여쁜 누이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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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혜연
어여쁜 누이야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기념하며
누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본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달려드는 일본놈들
그 무자비한 세월 속에서
영혼을 갈기갈기 찢긴 누이야
만신창이 몸을 떨리는 두 팔로 끌어안고
고향 엄마를 불렀다는 나의 누이야
혈관이 퉁퉁 붓도록 날마다 맞았던
수은 섞인 불임 주사 때문에
엄마가 되지 못한 슬픈 누이야
쭈글쭈글해진 가슴에 인형을 끌어안고
평생 갖고 싶었던 아가인 듯 평생 보고 싶었던 엄마인 듯
품에서 인형을 내놓지 않았다는
가여운 나의 누이야
이제는,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진정한 평화를 외치는
나의 아름다운 누이야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이 자리에 섰나니
누이야
우리들 가슴속에 불굴의 꽃으로 피어나라
우리들 조국의 자랑스런 꽃으로 피어나라
소금꽃
온몸이 맥박이 되어 뛰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 올랐다
내 몸 속 사막을 걸어온 낙타
수차 구르는 발 끝으로 쏟아져 나와
증발지 별로 떠올랐다
박혜연_200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붉은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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