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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최향란/적금도 수채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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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22회 작성일 17-10-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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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향란




적금도 수채화




뒷등길로 산다화 출렁이는 중이었다 빈 집 돌담에 엎드려 가르릉 거리던 고양이는 앙큼한 앞다리를 길게 뻗었다


틈틈이 갈대밭으로 내려온 허공이 빛나는 물고기와 따스한 별빛을 빚어 수평선 이쪽저쪽 싱싱한 선을 긋는 섬

 

빈 집의 당당한 주인이라던 바람은 거만한 말을 흰 파도의 이름으로 툭툭 던지고


팽둑길 너머 당산나무 지나 자유롭게 방치된 늙은 유자나무 아래까지 흑염소 두 마리는 동그란 똥 실컷 뿌려 놓는데


산다화 붉은 그늘로 숨어들어가 비릿한 섬 쪼개 먹고 있는 나, 를 멀찌감치서 본다






양지의 음식



TV에서 소문난 물국수라길래
자가용으로 1시간 10분 달려가 만난 맛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은 낯선 사천읍 시장
다섯 바퀴 반을 돌아 겨우 찾아낸 맛
빈자리 없어 동석까지 했는데
깍두기와 육수 담긴 양은 주전자 하나 덜렁 받고
다시 15분을 기다려서 만난 맛
먹는 시간은 3분도 길고
뜨겁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맹숭맹숭한 맛
참 네,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허, 허허 하고 새는 맛


1시간 10분을 다시 돌아오는데
단돈 3천원 가슴에 물결이 되는 가벼운 맛
시간이 지날수록
또 자주 생각의 배가 불러오는 이상한 맛
테이블 여덟 개 주문을 헷갈려 하는
늙수구레 부부가 삶아내는 오랜 가난의 허린 휜 맛
결빙의 경계에 다시 들어와서야 겨우 알아채는


가장 뜨거운 맛






최향란_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밖엔 비, 안엔 달』.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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