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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김현/시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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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현
시인
백 년 동안
새를 관찰하고
단 한 번의 총성으로
그 모든 새를 쏘아 죽인 후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잡아먹은 관찰자가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때
한 남자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순수했으나 추락은
추락이었다
피를 본 인간은
단 한 번도 피를 혀에 담지 못했던 남자는
붉은 것들을 모아
나무 한 그루를 그렸다
그 뜨겁고
폭풍우 가득한 나무에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앉고
남자는 그것을
최초로 죽일 궁리
모두가 깊고 깊은 잠의 골짜기에 두 발목을 담글 때에도
그것은
심장을 뛰게 하였다
허공으로 날아간 돌과
지상으로 떨어진 돌과
인간이 쥔 돌
남자는 눈동자를 향해
새총의 돌을 쏘아 올려 명중시켰다
그림 속으로 차츰
피가 생기고
벌레와 물이 생기고
양서류와 이끼가 생기고
사과와 믿음이 생기고
불과 언어가 생기고
신발과 기도가 생기고
악마와 날벼락
죽은 새가 생겨났다
모든 것이 하나둘 평화롭지 못하고
김현_페미라이터. 시집 『글로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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