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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김태일/시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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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태일
시간·1
초는 분에 가지를 트고
분은 시간에 뿌리를 내린다.
세월의 강에 몸을 실은 시간이
끝 모를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지는 달빛에 몸을 씻고
허공을 향해 팔을 뻗는다.
흐름의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있다.
시간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
잠시 스쳐 지나간 그 느낌 그대로
그리움의 언덕을 세운다.
세월이 흐르면 그마저도 허물어져 시간이 된다.
시간·2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시간
시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할일을 한다.
드러내지 않음으로 세상을 새롭게 한다.
열차를 탄 시간이 눈을 감는다.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느낀다.
성공이 머리를 조아릴 때쯤
시간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평범한 삶이 멋진 삶이란 걸 알아차린다.
달콤했던 시간은 아득히 멀어지고
졸아드는 삶의 반경이 애처롭다.
창조의 눈망울은 어디에 있는가.
김태일_2013년 《리토피아》로 등단. 편지문집 『신라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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