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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김정례/비키니 수영복 입은 나를 괄호 밖으로 모든 것을 괄호 안으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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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정례
비키니 수영복 입은 나를 괄호 밖으로 모든 것을 괄호 안으로
불타버린 잿더미 괄호 속에 앉는다 시를 쓴다 못쓴다 열정과 패기에 갇힌다
뜨거운 것이 예술이다
활활 타오르는 장미는 차갑다 불꽃을 보았는가 씹는다 마신다 삼킨다
장미는 우주 새빨간 장미가 뛰어온다
행간마다 핏자국이 번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죽은 자는 시가 된다
“사랑해 내 아이로 태어나 고마웠어”
괄호 안에서 침묵하는 아들아 하늘공원에 가 보아라
태양 뒤편의 자전
세월 한 벌씩
죽은 자들은
시가 되지만 너만은 시가 될 수 없는
물 쓰듯 시를 쓰고 골목을 누빈다 저 골목
담장에는 장미가 출렁인다 바다가 나무로 자란다
손을 잡고 걷는 너는 내 안으로 들어오고
바람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푸른 소금의 잎이 터진다
벌어진 꽃잎 포말이 인다 괄호 속에 든다
슬며시 빗장을 열어둔다 골목을 벗어나는 자유 장미는 자유다 나를 부른다
미스터 브라운의 밤
마드리드의 밤을 열고 들어간다 증발된 시간 검은 강물에 적신 타인 가로수로 서 있다 갓 태어난 그는 밤에만 돋아나는 나무 굽은 허리에 발가락이 돋아난다 헝크러진 머리카락이 자라는 겨드랑이에 입술을 깨문 대사가 마침표를 찍는다 이방인의 외출은 펼쳐든 아코디언 그 틈새를 파고드는 일 닫힌 주름에 차곡차곡 채워진 발을 싣는다 당신을 묻기 위해 파내려 간 계단 아랜 깊은 도시만 출렁일 뿐 검정 안료를 칠한 알몸외투가 진실을 숨길 순 없어 거짓을 채운 얼굴은 붉다 이 행위예술가는 어느 도형에서 시작되었는지 밤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어둠은 쌓여간다 바싹 다가가 그에게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코를 디밀고 킁킁거리는 휴일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가 싫증난 오늘 풀어야 하는 암호들 방황하는 절벽으로 아직도 넘기지 못한 페이지 어둠의 중심을 덧칠하는 그
김정례_201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수필집 『염소항아리』, 『네 개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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