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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오광석/밀실 살인 사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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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73회 작성일 17-10-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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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오광석





밀실 살인 사건




사방이 꽉 막힌 욕실 한가운데
한 아가씨가 나체로 엎어져 있다
사망한 여자는 긴 금발의 바비
머리는 뜯겨져 있고 허리는 직각으로 꺾여 있다
목격자 없는 밀실
말 못하는 환풍기만이 진실을 알고 웅웅거린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핏물을 씻어내 그녀의 시신은 깨끗하다
범인은 현장에 증거를 남기는 법
나는 설록홈즈가 되어 수사를 시작한다
배수구 거품 속에 묻혀있는 곱슬머리카락
물먹은 휴지들과 사방에 묻은 치약
열린 채 반쯤 눌려 쏟아진 샴푸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암시한다
이국적인 미모가 독특하게
살인자의 음심을 자극했는가
아니 살인의 수법이 잔인한
범인은 괴력의 싸이코패스
아니 활짝 웃는 얼굴로 사망한 그녀
원한관계에 의한 계획살인인가
돌아보면 범인은 항상 주변에 있지
거실 한 가운데 서서
사악한 웃음을 짓는 소년인가
부엌 식탁에 앉아
짜증 섞인 눈으로 노려보는 여인인가
소파에서 태연히 tv를 보는 전 남친 켄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질투의 소녀 쥬쥬인가
용의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안방에서 작은 소녀가
물을 뚝뚝 흘리며
발가벗겨진 소피아를 안고 나온다






구울*




칼을 휘두르는 어둠에 달빛이 조각나 떨어지는 밤 귀퉁이에 선 가로등이 어둠을 걷어내려 안간힘을 쓸 때 비틀거리는 나그네 둘이 위태로운 가로등과 어둠의 칼날 사이에 구부정한 걸음으로 걷는데 불빛이 희미하게 발치에 닿자 한 사람이 엎어지고 다른 이가 넘어진 이의 가슴 위로 굽어 일어날 줄 몰라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서는데 고개를 쳐드는 이의 붉은 입술이 너의 가슴을 내놓으라 속삭인다


    * 아랍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육체를 섭취하는 괴물.





오광석_2014년 《문예바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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