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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정무현/겨울나무의 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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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무현
겨울나무의 꿈
가지는 회색 공간에 박히고
몸뚱어리는 돌처럼 굳어
주위는 박제된 표정이다.
어디선가 참새 떼들이 날아들고
짹짹거리며 가지 위를 뒹군다.
슬쩍 칼바람을 그으니
후두둑 잽싸게 내뺀다.
잎이 무성한 시절에는
이곳에서 바람을 피했었다.
떼구르르 방향 잃은 녹슨 낙엽소리
깡통마저 튕튕거리며 제멋대로 구른다.
쭈구렁한 이파리 몇 개가 팔랑댄다.
앙상한 몰골로 바람의 길을 일러준다.
애드벌룬
달을 판다.
‘이 달 창고 대방출 80% 할인’
달을 사려고 사람이 넘친다.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둔 달, 보는데도 때가 탄다.
인기 있는 달은 금빛 달, 주워 담기 바쁘다.
간혹 검은 달은 숨기듯 말아 쥔다.
여자가 붉은 달을 찾아 구석구석 더듬는다.
보이는 건 항시 달라
쟁반 같이 둥근 달은 삼키고 싶고
공 같이 둥근 달은 발로 차고 싶다.
달 속에 달이 가득하다.
밤이 깊어가니
달은 소란을 삼킨 그림자를 만들고
어미달은 밤새 그림자를 지킨다.
시커멓게 흐무러진 몸이라도
희멀겋고 요요한 골목이라도
어미달은 밤새 그림자를 지킨다.
탯줄에 묶인 달이 떠 있다.
정무현_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풀은 제멋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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