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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신작시/이명자/꿈만 같은 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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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명자
꿈만 같은 날
기장 연세요양병원 305호
배처럼 떠있는 침대에서
종일 출렁거리는 엄마
멀미를 하고 토하고 꼬꾸라져
울다가 웃다가
여기가 고향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잠들지 못하고
허공에서
불을 지피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내일은 일어나 들에 갈 거라고
천수경이 너덜너덜 닳아지도록
기도하는 우리 엄마
마을 사람들 모두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사는
지금이 꿈만 같다고
맑은 눈물을
내 손등에 떨구어주신다
병원 옥상에서
병원 옥상에 듬성듬성
꽃들이 피었다 저 건 코스모스
이 건 달구재비
팔순 엄마는 꽃이름을 부르다
집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쓴다
비릿한 것이 먹고 싶다
다음에 돼지고기 삶아오너라
새우젓 잊지 말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할 일이 많은데
허공을 부르고
꽃을 만지고
하늘에 손을 흔들다가
웃는다
나훈아 노래가 흘러나오자
나훈아는 남자답다고 여자답게 웃는다
이명자_2015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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