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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책 크리팃/김왕노/빛의 뿌리 직관으로 복원하는 시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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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35회 작성일 17-10-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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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크리팃


김왕노 (시인)





빛의 뿌리 직관으로 복원하는 시토피아

-이채민 시집 『빛의 뿌리』




  시는 개인적 경험의 노래이기도 하다. 개인적 경험의 양상에 따라 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인이 개인적 경험을 시로 표출하는 과정에서 시인만 가진 고유한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채민 시인이 시를 쓸 때 시인의 맥박은 시적인 리듬일 것이다. 시인의 귀는 시적인 귀일 것이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섬세한 소리를 듣는 감각의 덩어리로 이뤄졌을 것이다. 시인의 눈도 시적일 것이다. 남들이 놓쳐버리는 것을 직시하고 있을 것이다. 먼지에 각인된 작은 먼지의 꿈을 읽어낼 것이다. 이채민 시인의 눈은 총기로 빛나고 있다. 눈이 푸른 우주를 담고 있어 푸르게 빛나고 있다. 이 눈이 바로 직시의 눈이고 직관의 눈이다. 직관이란 콘크리트  바닥에 구멍을 내는 대형 드릴보다 더 큰 힘을 가졌을 것이다. 비파괴 검사를 하듯 흔적도 없이 사물의 건너편까지 꿰뚫어 볼 것이다. 직관을 통해 감각의 촉수를 뻗어 사물의 미세한 부분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이채민 시인의 시는 이러한 직관의 힘으로 얻어진 시이기에 가치가 있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공감을 얻는 것이다. 관통하듯 단숨에 뚫고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고 내밀하게 직관에 이르기에 그의 시는 정교하고 아기자기하며 시를 읽으면 어느 새 이채민 시인의 시 세계로 빠져든다. 시는 마법의 늪 같아 곧바로 시에 중독된다. 빛의 뿌리란 것은 드러난 것이 아니며 은밀하고 숨겨진 것이고 또 드러나지 않아야 생명을 연장해 가는 것이므로 그것을 읽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시의 후각과 투시력과 총동원된 신경을 핀셋으로 건져 올린 이미지와 모티브의 집합체가 그의 시인 것이다. 가장 고귀한 죽음에서 빛의 뿌리 부활의 조짐을 읽어내어 죽음이란 사에서 뿌리란 생으로 생사의 구분을 없애면서 죽은 모든 것을 복원해 내는 엄청난 마술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찰진 감동의 덩어리를 던져준다. 그의 시편들은 빛의 편린이고 꿈의 편린이고 희망의 편린이고 별의 편린이고 추억의 편린이라 아름다우나 가시처럼 살 속 깊이 파고드는 예민한 비늘을 가진 시다. 때로는 역린처럼 거꾸로 서서 한 시대를 꾸짖는 날 선 외침이 되기도 한다. 한 편의 시가 시어의 수축과 이완으로 또는 상승과 하강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의 의미를 읽는 사람에게 깊이 전달한다. 그러한 과정의 장단으로 시는 구성되어지고 읽혀지면서 의미의 발화가 일어나고 의미가 리듬을 가지게 된다. 시인의 시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시인의 시를 짓는 호흡에 따라 자연적으로 리듬을 가지게 되어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적 리듬과 외적 리듬으로 읽혀진다. 이러한 점이 여타시인이 가질 수 없는 독특함이고 긴 호흡의 시 짧은 호흡의 시는 저마다 강한 호소력을 지녔기에 그의 시를 읽다가보면 어느새 그녀의 시에 갈채를 보내고 그녀의 팬이 되어 그녀의 시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다. 두 어머니 부재의 공간을 존재의 공간으로 환원시켜가는 시인의 손끝은 알뜰하다. 부재가 가져다준 상처와 아픔을 시를 통해 풀어내므로 시는 더 시다워지고 문학의 본질이 무엇이고 문학의 힘이 어디서 기인하는 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시의 기교도 아니고 비 사실을 사실화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꿈으로 발화시키고 숙성시켜 시를 지어내는 것이다. 죽음을 생존으로 환치시켜서 죽음의 타자들을, 죽은 자들을 초대해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본질적으로 존재가 곧 죽음이고 죽음이 곧 존재라는 참 명제라 선언하는 것이다. 공포하는 것이다. 시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 과정이 눈물겹도록 애절해 시는 더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은 좋은 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좋은 시, 좋은 시인이란 말이 두 부재의 어머니가 던져준 쓸쓸함 속에 뚜렷이 새겨지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시, 감동이 있는 시, 거부감이 없는 시 앞에 우리를 불러 세우는 것이다.


1. 섬세한 심상으로 써진 시의 경전
  소식이란 시는 이미 시의 행간이 넓다. 그러나 막상 넓지 않다는 것을 시를 접하면서 실감하게 된다. 넓은 시의 행간을 시의 심상인 빛깔, 모양, 소리, 냄새, 맛, 촉감이 모래알처럼 촘촘히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와르르 라는 모양과 소리로 맺혀오는 심상, 모닥불, 낙타의 발자국, 뜨거운 외로움, 핏빛, 죽음 같은 피, 꽃말의 해독, 모래경전 등이 여성이 가지는 부드러운 촉감으로 얻어낸 심상의 씨앗이므로, 이 씨앗이 싹 터 만들어낸 여파와 여운이 시의 넓은 행간을 넘치도록 채우는 것이다. 핸드폰으로 오는 소식 안의 고비는 고비사막일 수 있고 생의 어떤 가파른 고비라 중의적이라 할 수 있으나 여기서 고비는 삶의 지혜를 모래경전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역경이 곧 희망이란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으므로 시인의 시는 찬란한 슬픔으로 채워진 것 같으나 곧 찬란한 삶을 지향해 나가도록 추궁하므로 좋은 시일 수밖에 없고 심상의 찬란한 축제로 우리를 초대의 시를 만끽하게 하는 것이다. 사막이란 고비, 생이란 고비, 사랑의 고비, 그리움의 고비, 청춘의 고비는 절망으로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르침이 되어 시를 접하면 소식이란 시가 빙의되어 수천 톤의 등짐이라도 지고 벌떡 일어나게 할 힘을 얻는 것 같은 어떤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밤새 잠겨있던 핸드폰 전원이 켜지자


고비사막 홍고르 모래언덕이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함성 같은 모래알이


모닥불처럼 공손하고 따뜻하다


혹서를 건너는 낙타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까마득한 사막의 허공에 뜨거운 외로움이 꽃처럼 피어


핏빛으로 번져 있다


누구의 생이 저토록 처절해서


죽음 같은 피를 뿌리고 있는가


무엇으로 저 피의 꽃말을 해독할 수 있는가


사막에 뿌려진 그리움의 향기가


꽃의 향기보다 진하다고


고비는 또 하나의 모래경전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소식」



2) 비극의 둥지에서 우화하는 서정
  불꽃이란 희생이란 측면도 있지만 상승이라는 의미도 있다.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바닥으로 하여 반동의 힘으로 솟구치고 싶은 극복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경험과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현실 속에서 서정성을 획득해 읽혀지고 감동 있는 시와 시든 정신을 다시 일깨워주는 시로 강한 자극을 주는 시로 시인이 우리에게 다가오기에 우리는 그의 시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화자의 목소리를 힘껏 높여 서정의 찬란함을 노래하는 역작이기에 읽어가며 가슴이 무한정 뛸 수밖에 없다.


불꽃으로 타오른 로사여!
가시 박힌 새의 비통한 울음을 우는 로사여!
날아올라라
모순의 눈빛이 우리의 무덤을 만드는구나.
푸름이여! 우리가 숨죽여 처절하게 울었던 날들을 지워버려라
장미여! 우리가 뒹굴었던 수많은 사랑의 체위들을 기억하여가
내 눈꺼풀 아래 가만 죽음이 드리워지는 날
우리 그 때, 울음 없이 마지막 사랑을 하자
꽃잎의 부드러움만으로 기꺼이 부풀어 올라
서로의 기쁜 잠이 되어보자
이제슬픔도 산란을 멈추었나니
오! 푸른 장미여!
너의 새로운 애무를 홈쳐보는 저 서늘한 바람은 모두 털어내고 오라
우리가 펼쳐놓은 저 찬란한 가설의 죽음 뒤로
나비처럼 날아서 오라


                                                                                                                          ―「로사의 푸른 장미」


  로사는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참회 의식과 영적인 생활을 하나 혼인하기를 바란 어머니반대로 갈등이 10년간 계속되었으나 시에나의 성 카타리나를 롤 모델로 영원한 순결의 서약을 했고 어머니도 결국 도미니쿠스 수도회 제3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로사는 엄격한 은둔과 명상 생활로 집안 정원에 있는 오두막집에 들어가 칩거하며 가시관을 쓰고 유리와 질그릇 조각이 박힌 침대서 자고, 마귀의 환상을 체험했다. 죽기 3년 칩거를 풀고 나왔다. 후 그녀 장례식은 공식 기념행사가 되고 그녀가 죽은 뒤 많은 기적들이 일어났고 교황 클레멘스 9세는 그녀를 시복하고, 리마의 수호자로 공포 교황 클레멘스 10세는 그녀를 시성하고, 남아메리카·인도제도·필리핀의 수호성인으로 공포된 로사. 시인은 로사를 노래한다. 로사의 삶을 롤 모델로 가시 박힌 새, 비통한 울음, 모순의 눈빛, 처절하게 운 울음은 로사가 걸은 길을 전철인 양 밟아 우리의 삶도 결국은 로사가 죽은 후 로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만인을 위해 사랑의 기적을 이루고 타인의 삶을 지키는 불멸의 사랑이 되자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시다. 죽음의 극복은 죽은 후에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극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푸름이여! 우리가 숨죽여 처절하게 울었던 날들을 지워버려라/장미여! 우리가 뒹굴었던 수많은 사랑의 체위들을 기억하여라./내 눈꺼풀 아래 가만 죽음이 드리워지는 날/우리 그 때, 울음 없이 마지막 사랑을 하자’여기서 장미란 현실에서 시인과의 관계형성을 하고 있는 현실의 로사다. 사랑의 체위란 시인과 로사의 교감의 형식이다. 마지막 사랑이란 로사와 시인의 합일이다. 소아에서 대아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로사의 이념이 시인의 이념이 되는 순간이다. 자아에서 초자아로 나가는 순간이다. 작은 사랑에서 만인을 사랑하는 더 큰 사랑을 얻는 순간이다. ‘오! 푸른 장미여!/너의 새로운 애무를 홈쳐보는 저 서늘한 바람은 모두 털어내고 오라/우리가 펼쳐놓은 저 찬란한 가설의 죽음 위로/나비처럼 날아서 오라’에서 푸른 장미는 로사다. 시인의 이상향이고 이성이다. 찬란한 가설의 죽음은 몸의 죽음이나 그 죽음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상승이고 현실의 죽음을 극복하고 얻은 영원한 삶 속으로 귀의다. 로사의 푸른 장미는 훌륭한 연시로 잃어도 손색이 없다. 로사라 부르면서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절벽 아래로 투신하는 처절한 모습의 연상을 일으키는 참혹하게 아름다운 시다. 하나 시인의 종교적 이념이 바닥에 깔린 이 시를 통해 왜 시인의 시가 절실한가, 왜 우리에게 호소력이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시인의 힘이자 종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3) 경험의 깊이와 시의 깊이
  똑 같은 빗방울의 경험이라도 바위가 경험하는 빗방울의 경험, 음지식물의 여린 잎이 경험하는 빗방울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깊이는 다르다. 또 같은 경험을 무딘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 섬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인의 역할은 잠수함에 실린 닭처럼 공기의 희박함을 먼저 알려 상황의 절박함을 일깨워 생존이란, 공존이란 공간을 확보한다. 그러므로 시인은 가장 섬세하게 충격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 시로 승화 시킨다. 그런 시는 거친 세월에 힘과 힘이 맞붙어서 비극을 초래하는 틈바구니에서 완충 역할을 하며 아름다운 노래가 될 것이다. 하여 남들은 하찮은 경험이지만 시인은 그 하찮다는 경험을 스스로 안으로 불러들여 증폭시키기에 감정의 골은 깊고 정교하며 섬세할 수밖에 없다. 작은 경험이라도 상처처럼 깊이 받아들여 시의 깊이를 더해 가는 것이 시인의 능력이자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하나 어머니 죽음의 경험은 하늘이 무너지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가장 큰 경험이다. 이러한 큰 경험이 시인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시로 나타나는가를 살피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다.


봄부터 식탁에는 꽃보다 모래알이 수북했다
현관에는 독버섯을 밟고 온 신발짝이 훌쩍거렸다
잠든 사이 꿈에서 걸어 나온 사자死者가
선명치 않은 발자국을 자주 남겼다
 
엄마의 부음을 들고 온 여름은
찐득하고 어두웠으므로
자주 바람을 불러들였다
꽃을 이고 태어난 딸의 팔자를 염려하던 엄마는
바람을 싫어했지만 나는 바람의 행적을 따라다녔다
그리고 바람이 소리를 걸어 둔 언덕에
활짝 핀 죽음을 꼭꼭 묻어 주었다
 
여름이 지나고
냉장고에서 세탁기에서 책상 위에서 찻잔에서
엄마는 꽃잎처럼 사뿐히 날아와 이것들과 나를 다듬는다
한 곳을 응시하다 틀어진 척추뼈를 만져 주고
바람의 발톱에 쓰러진 어느 날도 잘 일으켜 세운다
죽은 자의 눈동자에 빛의 뿌리가 있음을
그해,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빛의 뿌리」


  시에서 나타난 모래알, 독버섯을 밟고 온 신발짝, 사자死者가 선명치 않은 발자국, 엄마의 부음을 들고 온 여름, 바람의 행적, 활짝 핀 죽음은 어두운 시어이다. 엄마의 죽음을 예고하고 결국 엄마의 죽음을 조립하여 완성하는 나사들이다. 엄마는 꽃잎처럼, 척추 뼈를 만져 주고, 잘 일으켜 세운다. 죽은 자의 눈동자에 빛의 뿌리 등은 죽은 엄마와 시인이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고 시로 엄마를 부활시켜 동거에 들어갔음을 알린다. 여기서 죽은 자의 눈동자에서 빛의 뿌리를 읽어낸 것이 어머니의 죽음이란 인생의 가장 큰 경험을 그대로 방치 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 죽음을 노래해서 죽음이 곧 빛의 뿌리라고 은유해 낸 시인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죽은 엄마를 죽은 엄마가 아니라 빛으로 되돌려놓는 피에 절은 사모곡을 듣게 되는 것이다.  경험의 깊이를 더 해가다가 결국은 깊이 있는 시 빛의 뿌리란 시를 들고 나와 어머니는 여전히 살아있고 불멸의 어머니 라 일갈하는 당참이 있어 좋다. 깊이 공감하는 시라서 좋다.


4)관계를 통해 확장되는 서정의 깊이
  사물은 사물자체로 어름다울 수 없다. 사람이 서정이란 옷을 입혀줘야 비로소 사물은 영혼을 가지고 생명력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사물이 사물다워진다. 이것이 사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이다. 서정은 문학에서 화자의 정서를 리듬감 있는 언어로 압축해 표현한 것이다. 서정이란 용어는 본래 그리스의 악기 리라lyra에 맞춰 부르던 시詩에서 유래했다. 후에 화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내는 것을 의미하게 되고 때문에 서정은 주관성이 강하고 정서적이며 운율적인 언어로 쓰인다. 이처럼 감정을 시적 화자의 입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 준다.


잎이 무성한 나무


바람의 행적만을 뒤적이고


잎 떨군 나무


담회색 고독이 들어있는


산 뻐꾸기 울음만 타전하네.


                                                         ―「귀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진다」


  이 시는 시인의 정서인 감정상태 분위기가 그대로 나무, 바람의 행적, 담회색 고독, 산 뻐꾸기 울음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융합하여 귀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진다. 는 슬픔의 시인이란 서정시를 만들어 내었다. 짧지만 화자인 시인이 얼마나 슬픈지 엄살이 아니라 죽을 만큼 슬퍼다는 것을 과장 없이 드러낸다. 이것이 서정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인의 시편 도처에 까려 있는 슬픔, 근원적인 슬픔이 어머니 상실로부터 오는지 확언을 할 수 없으나 인간은 울면서 태어났기에 슬프고 울면서 태어났기에 울음을 남기고 간다는 새로운 명제를 내던지게 한다. 나무, 바람의 행적, 담회색 고독, 산 뻐꾸기 울음과 시인과의 관계를 통해 짧으나 호감이 가는 시 한편, 정서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 시 한편이 좋다. 쓸쓸한 날을 더 쓸쓸하게 이끄는 분위기 있는 시라서 좋다.  
  지금껏 이채민 시 몇 편을 다루어 보았다. 더 많은 시가 산재되어 있으나 다 다루지 못해 아쉬움이 남으나 분명 한 것은 이 시가 시인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시인의 섬세한 직관의 눈이 부럽다. 끝없이 존재에 대한 긍정으로 어머니를 존재란 현실로 초대한 사모곡이 처절하게 아름답다. 그의 시가 좋은 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적 과장이나 엄살 없이 담담하고 차분하게 시를 풀어가서 그것이 시의 힘이고 읽히는 시, 공감하는 시 여운이 남는 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의 색깔 있고 개별성 있는 시를 읽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도 될 것이다.





▶김왕노_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중독』, 『사진 속의 바다』, 『그리운 파란만장』 등.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금 수혜 상. 《시와 경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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