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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김여정/골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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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여정
골목
내 어릴 적에
노란 돈 한 푼 들고 신바람 나서 달려가곤 했던
골목길 어귀 돌담 집 부뜰이네 구멍가게
찐 고구마 찐 감자 찐 개떡 찐 강냉이
찐 것들만 있어도
우리 조무래기들의 잔치음식이었던
고마운 부뜰이네 구멍가게
노란 돈 한 푼으로
눈깔사탕 박하사탕 구슬사탕 솜사탕
단맛 꿀맛 즐기게 해 주던
골목 안 순이네 유리문 가게
동무들과 해 저무는 줄도 모르고 뛰놀던
숨박곡질의 놀이터
때 늦은 시간에
담장 위 호박넝쿨에 핀 호박꽃 초롱불 밝혀 밤길 돌아가던
동심의 꽃길 골목길
등 붙이듯 다닥다닥 붙은 담장으로 정답던 이웃들
무엇이든 낮은 담장 너머로 나누어 먹던
곰삭은 끈끈한 인정이 넘치던 골목동네
골목은 내 어린 날의 굽이도는 추억의 강줄기
그리운 노래의 별빛 반짝이는 은물결이다
* 노란 돈 : 동전
* 한 푼 : 돈의 아주 적은 단위
* 조무래기 : 어린 아이
자목련 꽃잎 지네
춘사월 비바람에 자목련 꽃잎 지네
이팔청춘 꽃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난
내 첫사랑의 자줏빛 연서戀書
자목련 꽃잎 지네
눈물에 말갛게 씻겨 되살아난
구구절절 꽃물 든 사연이
땅 위에 꽃방석을 깔고 있네
내 묵은 일기장이
춘사월 비바람에 휘날리고 있네
아득한 하늘 저 편에서
그리움이 젖고 있네
김여정_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화음』, 『해연사』등 13권. 시선집 『흐르는 섬』 등 3권. 시전집 『김여정시전집』 2권. 수필집 3권. 시해설집 2권. 근작시집 『미랭이로 가는 길』. 대한민국문학상, 월탄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공초문학상, 동포문학상, 남명문학상, 성균문학상,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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