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66호/신작시/박재화/십구공탄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박재화
십구공탄
처마를 때리는 눈설레 아래 연탄불 갈며
구멍 맞추면 타박 맞았다
설핏 어긋나게 갈아야 오래 타니
방은 비록 따숩지 않아도 냉기만 가시면 되니
연탄 갈 땐 일부러 구멍을 비껴나게 했다
아주 어긋나면 꺼지니 살짝 비뚜로 하고
오래 불기운 이어주면 칭찬 받았다
세상에 과녁 맞히지 않고
레시피 제대로 따르지 않아도
박수 받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밤마다 파김치 되어 귀가하던 홀어머니
주인집 깰까봐 낮은 칭찬으로 알았다
십구공탄 몇 장 배추 몇 포기로
잦아들던 겨울들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사막 한 가운데 생겨났다
스러지는 호수
날아오는 모래바람 속
사라진 물고기들 보며
우기가 올 때까지 여름잠 자는 거북을 보며
녀석들의 골똘한 칩거를 보며
삶은 물을 수 없는 물음
아니 물음 너머의 핏빛 그 무엇!
끝없는 진격임을 생각는다
*여섯 달마다 건기와 우기가 바뀌며 이어지는, 브라질의 흰 모래 사막.
박재화_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都市의 말』, 『우리 깊은 세상』, 『전갈의 노래』, 『먼지가 아름답다』 등. 기독교문학상, 茶山금융인상, 成均문학상 등 수상.
추천0
- 이전글66호/신작시/노혜봉/날개하늘나리꽃 이화중선 외 1편 17.10.26
- 다음글66호/신작시/김여정/골목 외 1편 17.10.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