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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노혜봉/날개하늘나리꽃 이화중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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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27회 작성일 17-10-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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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노혜봉





날개하늘나리꽃 이화중선




아가, 쪼끄만한 아가 넌 어디에서 왔나
옥희야, 빛고을에서 온 
넌, 이제부턴 처녀치마꽃이다


네 처녀치마 자락자락에 시김새도 방울목도
엇붙임 입목마다 거기 홈빡 받아 담거라
네가 내 뒤 명창을 이어다고,
(감히 제가 어찌---)


이 보물 나, 주시오 송만갑 선생님한테 부탁하마
어머니, 꽃 중의 선녀 화보花寶는 바로 어머니죠
지리산 백두산으로 날아오르는 소리꽃 날개죠


소리꾼들 너나들이로 험담짓 하면, 그 남의 말
할 필요 있나 저만 잘 하면 되지, 하 답답해서
어머니, 아버지는 뒷구녕으로 딴 짓거리만 해요
나는 소리만 알지 낭군에게 좋은 아낙은 아니다**


‘사람이 살며는 몇 백 년을 사드란 말이냐,
죽음에 들어서 노소老少가 있느냐’ 육자배기를
말하듯이, 달 같이 그윽한 멋 어머니같이, 전
그늘 있는 소리를 언제나 한 번 뽑아보지요 
그렁성저렁성 수천수만 목은 해야 절로 나오지


1943년 음력 정월 초하룻날 이화중선 국창은
일본에 짐승처럼 끌려간 노무자 위문공연을 갔다가
구우슈 서가현 앞바다에 배가 침몰 하늘꽃이 되었다
소리 끝엔 손바닥만한 밭뙈기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어화야 어화야 이이이이이이 이이이 어화야
구름 속 날갯짓 한 획을 그으니 만 가지 맥소리렸다


   *  날개하늘나리꽃은 지리산 백두산에만 피는 희귀종 야생화.
   ** 옥희는 명창 김소희의 어린시절 이름, 본명은 김순옥.
      1989년 7월 김소희가 자택에서 인터뷰한 회고록에서 인용.  





입이 댕기는 맛, 혀에 착 앵기는 맛



북어 껍질 벗긴 막채나 속살채라 해도
물을 알맞게 살살 뿌려 잠깐 두었다가,
외할머니 쪽진 뒷머리 결 따라 빗어 내리듯,
속살채를 삼베 올처럼 곱게 찢어야 한다
양념용 나무절구에 실채를 넣고 방망이로
잘근잘근 찧으면 꽃살채 보풀로 피어난다


아무래도 북어 채 무침은 참기름 도둑놈이다
기름을 듬뿍 주어야 꽃살채가 골고루 먹는다
외할머니 반듯한 앞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듯
간장 조금 조청을 넣어 반지르르 색을 살린다


모시 적삼 앞섶 바람 살랑대며 조물조물
후추 가루 깨소금 파란 실파를 썰어 넣고
무쳐 놓으면 군침이 돌면서 입맛 돌아오는,
매운 땡볕 고추장 북어무침은 썩 물렀거라


할머니 손끝에서 피어나던 북어 꽃살채 무침
보는 눈이 번뜻 맛을 먼저 보는 찰나,
손 감촉을 순서대로 내내 기억해 낸 내림은
감칠 맛 혀끝이 되살린 눈썰미 맛이자, 손맛이다


입이 댕기는 맛 혀에 착 앵기는 맛을 내려면 
새봄엔 용대리 덕장에서 말린 진짜배기 황태를
두어 쾌 맘먹고 들여와 방망이로 속살 두들기며
가시 뼈 발라내, 차분차분 여름살이 장만해 둘까
 




노혜봉_1990년도 월간 《문학정신》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산화가』, 『쇠귀, 저 깊은 골짝』,『봄빛절벽』, 『좋을好』.성균 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류주현 향토문학상 수상, 경기도 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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