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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최춘희/봄이 오지 않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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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24회 작성일 17-10-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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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춘희





봄이 오지 않았다




꽃피고 새 울어도 이곳은 아직
겨울입니다 나뭇가지 날아다니는 새를 보려고
고양이의 시선은 몇 시간 째 창 밖에 있고
당신 떠난 기차역에 나는 서있습니다
아버지, 그 곳은 아프지 않고 편안한가요
돌아오기 위해 플랫폼을 밟고 떠나는 거지요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이 있다니요
세상의 비바람 온몸으로 막아 주시던 당신은 가고
손때 묻은 지팡이만 빈자리 지키고 있습니다
죽어있던 언 땅이 녹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새순이 돋고 사방천지 꽃 몸살 앓아도
당신 없는 이곳은 봄이 오지 않겠지요
세상 밖이 시끄러워도 당신은 그곳에서
고요하고 절대로 아프지 마십시오
이 땅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 날들이
모래처럼 내 곁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압니다
삶은 일시적이고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날마다 떠나고 한 번 떠난 뒤 소식 감감하고
영원한 건 과연 영원한 걸까요 영원하지 않은 것은
영원히 무용지물인가요*
아무리 불러도 당신은 침묵하고 답은 내 안에 있음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요
꽃피고 새 울어도 이곳은 당신 없이는
언제나 겨울입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기차역에서 봄을 기다리지요


   * CS루이스 「목적이 이끄는 삶」에서 변용.






오늘의 희망뉴스



눈이 없다
코가 없다
입이 없다
뭉개진 얼굴로 발밑에 버려져 뒹굴고 있다
아비도 모르고 어미도 모르고
행려로 떠돈 지 오래 되었다
역하고 추한 비린내가 코끝을 점령한 채
계엄군처럼 모든 통로를 봉쇄시켰다
저마다 악다구니로
나만이 살길이라고
나를 따르라고
구호를 외치고
절망을 폐기처분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절망과 희망은 늘 한통속이라
어둠 속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갈 때
빛의 출구가 희미하게 보인다는 것을
고약하고 비굴한 기대치 속에
해는 날마다 뜨고 또 진다
오늘도 누군가는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장미를 주워
병이 깊어 누운 너에게 건넸다





최춘희_1990년 《현대시》으로 등단. 시집 『세상 어디선가 다이얼은 돌아가고』, 『종이꽃』, 『소리 깊은 집』, 『늑대의 발톱』, 『시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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