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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안주철/멈추지 않는 저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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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안주철
멈추지 않는 저녁
눈을 감으면 저녁이 온다
물 묻은 저녁이 온다
멈추지 않는 저녁이
길을 잃지 않는 저녁이
방향을 바꾸지 않는 저녁이
온다
눈물과 함께 오기도 하고
식욕과 함께 오기도 하고
오지 않았는데 이미 도착하기도 한다
머물면서 집을 짓는 저녁이 있고
사라지면서 모든 걸 남기는 저녁이 있다
눈을 감으면 저녁이 온다
발소리를 주머니에 주워 담으며
엷은 어둠을 비비며 더욱 캄캄하게
흐린 저녁
비가 오면 저녁이다
비가 오면
눈이 섞여서 내리고
비가 섞여서 내리고
나는 계속해서 가라앉으며 서있다
안개가 흘러가고
눈이 녹아 사라지고
비는 멈추었는데
나는 어디에서 잠시 멈추었는지
나는 어디까지 흘러왔는지
나만 모른다
나는 까맣다
흐린 저녁이 꿈틀거린다
안주철_200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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