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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정호/사과의 기승전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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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02회 작성일 17-10-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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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호





사과의 기승전결




아내는 끈적히 들러붙은 캐첩 병뚜껑을 열 때면 늘 나를 부른다 이것도 못 따냐며 단번에 힘자랑을 하지만 껍질째 먹는 사과를 쪼갤 땐 나는 늘 주눅이다 아무리 작은 놈도 얄미운 손자 발개진 얼굴처럼 빤들거릴 뿐 실금 하나 내주질 않는다 그래서 아예 칼부터 찾는다


백운산 등산길 동강 물굽이 내려다보이는 너럭바위에 앉아 사과를 꺼낸다 또 칼을 빠트렸다 행여 고집 부리지 않기를 고대하며 용을 쓰지만 씨도 먹히지 않는다 도리 없이 이번에도 슬며시 아내에게 건넨다 내 사과 받아줘


순순히 받아들인 아내 손에서 금방 두 쪽으로 용서되는 사과. 전생에 나는 아내에게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을까


대형 마트 과일코너에서 아내는 또 사과를 집는다 용서는 끝나지 않았다






그 한 점


돌톱에서 한나절 뒤적이다가
홀쭉해진 배보다 더 가벼운 마음 한 덩이
빈 배낭에 추슬러 담는다
강어귀로 휘적휘적 걸어 나온다
포크레인 작업장에서 투덜대며 나오던
돌꾼 몇 사람
뭐 좀 했수?
그냥 소품 한 점!
풀 죽은 눈들이 대번에 번뜩인다, 어디 좀 봅시다!
침들을 꿀꺽 삼키지만
여기서 보여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하니
정말 대단한 놈을 탐석한 줄 안다
못마땅해 하면서도 잔뜩 기대에 부푼 배낭들 덜렁대며
우루루
돌톱으로 몰려간다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그때 그 시 한 점




정 호_2004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비닐꽃』. 탈시동인. 다층문학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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