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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서주영/이강의 저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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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서주영
이강의 저녁
이강 한 모퉁이
철사줄에 묶여
강으로 뛰어드는 노예들이 살고 있다
발목마저 묶여 흐르지도 못하는,
날개를 달고도
하늘을 잃어버린 가마우지들
습관처럼 물고기를 잡아 올려도
헛것을 삼킨다
이 반복되는 노역은 언제쯤 끝이 날까
모가지를 옭아맨 늙은 남자는
그가 물어 올린 하루를 착취한다
이강에 가면
쉴 새 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포스가 살고 있다
불량한 거울
새가 언 발로 공중을 소리 내어 걸어가는 날,
끈적이던 발바닥을 거두어들인 너는
검은 강을 뒷모습으로 건넌다
열다섯 해의 손끝으로 다 읽지 못한 봄날도
석양 맨 끝에서 홀로 타고 있는 가을도
새치름한 표정으로 거짓말같이 벗어 놓고
구깃한 싸늘함을 둘둘 말아 껴입은 넌
발바닥 검은 길 끝에서
석고상처럼 발길을 멈추어 있다
적막 속에 엎드린 산의 어깨가
가랑잎처럼 들썩이는데
넌,
숨 멈춘 긴 팔의 어둠 속에
납작하게 갇힌다
기척도 없이 죽은 별 돋는 저녁이 오고
너는 이 겨울의 사라진 이름이 되었다
서주영_2009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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