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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최호일/못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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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50회 작성일 17-10-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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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호일







연못 속에는 잉어가 들어있다
연못 속에는 꽃, 태양, 바람 같은 것이 들어있다
읽은 적이 있는 책이 들어있으며
오래된 가옥도 들어있다
잔잔한 소리도
시끄러워 잠 못 드는 소리도


연못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다
착한 사람
조금 삐뚤어진 사람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도
아무튼 사계절이 거느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한 연못의 한가운데에
아주 길고 커다란 못을 박으면
사람들이 놀라고


연못의 반대편 지구에는 물이 흘러나올 것이다


아주 긴 못을 박았다 빼면






이어진다




나는 어제로부터 이어진다 어제의 사람으로부터 이어진다 어제는 오늘보다 백 년 이상 먼 곳에서 이어진다 봄이 오면 세계는 병아리로 이어진다 병아리는 노랗다 작약은 병아리의 제일 가까운 곳으로 걸어다닌다 세상은 작약꽃으로부터 이어진다 작약은 붉은색으로 이어진다 어제 먹다 남긴 붉은 빵으로 이어진다 걸음마를 나는 누구로부터 길게 이어받았는지
 나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생겼다
 
 차를 몰고 가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는 내일로 이어진다
 죽음 속에 더 깊은 구멍을 파고
 위약금을 물고 할부금을 취소한다고 하여도
 세계여
 벚꽃이 봄으로 이어진다
 꽃이 떨어지며 봄이 잠깐 기절하는 지점으로
 
 차를 몰고 가다 세워두고
 
 지루하게 이어져가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이어지지 않는 것들의 존재에 대하여
 
 죽음이 만들어 놓은 담을 넘어
 그것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이어져 왔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빗방울로 이어지듯
 
 껍질을 벗긴
 비와 비 사이의 냄새







최호일_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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