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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박정옥/꽃의 안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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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20회 작성일 17-10-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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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정옥





꽃의 안감




자매는 무너진 성벽 아래서 분홍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꽃말은 위험, 그리고 강한 독성을 지녔대요
협죽도라고도 하죠
꽃은 안감 겉감처럼 두 개의 이름과 의미를 가졌다


그날도 세 번째 그 언덕을 오르내렸다
숙소에서 가까운 리바거리를 낯설고 친근하게
좁은 가게 안을 들여다보며 
옥양목에 그려진 꼬레아 풍의 꽃무늬를
복사꽃으로 읽을 뻔 했다


자다르에서 스플릿까지 오는 동안
나는 내내 꽃의 안감을 읽어내는 중인데
창을 통과한 네모나고 화사한 햇볕은
평생 묻어둔 꽃의 시간으로 넘겨졌을까
그 시간 그곳을 지나지 않았다면
옥양목을 떠도는 꽃에 대한 시차는
또 달랐을 것인가!


유도화,
네가 이룬 꽃말은 어딘가로 통과하려고
꽃의 안감을 걸어서 다 걸어서
마른 꽃이 되는 슬픔을 건너는 중이다
마른 꽃은 치명적인 독성으로 과묵하고
폐허에서 미어지도록 찬란했다





별이름




딸이 며칠 머물다 아이들과 떠나고
두고 간 아이의 이름을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멀리
100년을 훌쩍 넘긴 사람들 이름이 생각났다


내리내리 잃고 간신이 붙잡은 아이,
붙들이付乭이는 잘도 컸다던가
기다리다 또 딸이라 또봉선, 둘째 이모다
삼신할미 두루 둘러서 주시지
둘레, 우리엄마, 세째다
엄마 밑으로 아들 셋을 보았더랬다 
그래서 터 잘 팔았다고 호적은 斗利


친구네 가계도 名作으로 수두룩하다
딸은 그만! 외쳐도 막순이, 말련이 생겼다며
딸딸이에 그만 도분나서 도분이,
이름이라도 아들처럼 불러나 보자 말남이
그래 그런지 급하게
재 넘다 길에서 낳았다는 아들, 질떡이
당연히 아들은 건강해야지, 건가
순하게 잠도 잘 자고 잠분
그리고
측간에서 볼일보다 낳은 분례는
기름지게 땅을 거두었다 했다


세상에 별의별 이름이 다 있다지만
별의 별 이름 사람들은 스스로 발광 않는 우주
백년이나 멀어져서 그만치 빛나보였다





박정옥_2011년 《애지》로 등단. 시집 『거대한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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