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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오유균/M 507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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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38회 작성일 17-10-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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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오유균





M 507*




30년을 살았다는 거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닦고 기름칠하고 조이며
아직 산다는 거, 당신은


나보다 빨리 마모 된다는 거, 내 손과 당신이
당신 당신 당신을 여럿 죽였다는 거
사는 동안은 죽어라
깎아야 한다는 거, 여기서는
이렇게가 사는 거라는 거
알면서
알면서 칼로 깎고 고무망치로 치고 쇠망치로 치며
사랑한다는 거, 서로를
먹으면서 허기진다는 거, 이것을
진실이라 얼버무린다는 거


기름기가 빠지면 당신도 나를 버려야 한다는 거, 팔목 발목이 문드러지고
문드러져야 끝난다는 거

타임캡슐에 마주 앉은 우리가 서로를
모른 척한다는 거


추억은
족히 300년 동안 기름 냄새가 난다는 거


핀다 불꽃이
불꽃을 물고 짓이기면서


3000년 이제
다 채워 간다는 거            

      

   *밀링 장비 번호.





이상한 기하



창문 밖의 창문, 창문 밖의 창문을 열어도 창문이 있다 불투명한 창문들은 수 없이 일어나 다리를 꼬고, 찡그리고, 박수 치고 - 다 읽었다는 듯이, 별 볼 일 없다는 듯이


온다, 바뀌지 않는 네모, 반듯한 틀의 외부를 통해


창문들은 온다, 닫으면
닫아야 할 백 개를 남겨 두고
열면 열어야 할 백 개를 보여 주며, 창문은


창문에 붙어
시커먼 누군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리와 나무와 손잡이는 서로를 끝까지 물고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백 개의 몸속에서 깨어지고 깨어져


시커먼 누군가를 수 없이 열고, 닫고


창문에 세운다 유리도 나무도 손잡이도 없는 거울 앞의 누군가를 쭉쭉 빨면서 떼고, 늘리고, 틈마다 끼우면서


밖에서 밖으로 안에서 안으로 창문을 민다 복사되는 유리와 나무와 손잡이들은 질문하고 절망하고 대답한다 스스로 깨진 거울처럼






오유균_2011년 《진주가을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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