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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박철웅/벚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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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74회 작성일 17-10-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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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철웅




벚꽃



벚꽃이 차창 너머에서 한들거린다
흐드러지게 흐드러지게 피어서
어서 오라고 날 보러 오라고 춤을 춘다
가지마다 꽃을 피워 그 사이로 하늘을 보라고
황사에 뒤덮인 마음을 씻고 보라고
톡, 톡, 팝콘처럼 웃는 벚꽃
봄날이 봄날 같지 않아도
흐드러지게 흐드러지게 웃으라고
가지마다 연분홍빛 윙크를 날리며
파안대소하는 봄의 정령, 벚꽃






못하고 사는 남자




못하고 산다니깐, 뭘 못하고 사느냐고 물으니깐,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드라니깐, 잘못하고 산다고 말하기엔 쫌 거시기하고, 그거 못하고 산다고 말하기에도 머시기하고, 가슴에 못 박고 산다 하면 병원부터 가라고 할 것 같고, 그래서 ㅈ 같고, 그래서 하나둘 천천히 찬찬히 설명하기로 했는디, 잊지 못하고, 용서 못 하고, 비우지 못하고 산다고 했더니, 다들 그렇게 사는 건디 별 걱정 다 하쇼! 하는디, 문디 자슥, 뭘 잊지 못하냐고, 뭘 못하고 사는지 묻지도 않으면서 안주만 축내는디, 난 너 같은 놈, 증말 싫은디, 이해 못 하는디, 용서 못 하는디, 잘도 처묵고 있는 이놈 인상 보니, 인두꺼비 같은 인상이라, 그래 네놈 못 잊는, 여인네들, 괜시리 심통이 부어올라, 이제 일어서자, 재촉해보는디, 더 육실라게 처먹는 그 모습 바라보니, 마치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아 깜짝 놀라 그냥 일어서는디, 카운터 아줌마, 홍조를 띠며 또 오라고 줄 듯 말 듯 혀를 꼬부리는디, 나는 못하고 산다고, 너무 오랫동안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할까 말까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말 못 하고 나와버렸는디, 다음날, 그놈 오진 꼴 다 봤다고 소문 자자한디, 글씨, 나는 왜 못하고 사는지, 진짜 못하고 사는지, 뭘 못하고 사는 건지, 고개만 저녁처럼 숙이고 걷는디, 증말 못 하나? 물음표처럼 못 하나 불쑥 튀어나와 내 바닥을 찌르는디, 사랑하고 싶었어야. 문득 지금까지 못한 것들 다 해보고 싶었어야. 내 안에서 아우성이 분수처럼 피어오르는디, 하여, 이제 못하고 살지 않는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싶었는디,




박철웅_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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