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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신작시/정남석/片雲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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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남석
片雲
큰어머니는 아이를 갔지 못했을 뿐입니다
서성일 것 없다는 말
들러리라는 소문들
가벼운 것일수록 입증이 어려웠습니다
당당한 기압골을 형성한 얼굴은
길이 아닌 곳으로도 떠돌아다닙니다
마찰을 피하기 위해
헛간으로는 기우는 바람은
그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의 혈통 어쩌구 하는
우리 삼남매는
손톱자국이 있는, 볕에 그을린 얼굴을 기억합니다
서쪽으로 기울었을 때
순수한 얼굴은 빛이 고왔습니다.
각질
각질은 딱딱한 겨울이다
손톱은 두꺼워진 겨울을 상처 없이 떼어내는 방법에 몰두했다
발이 크느라 생기는 거라는 어렸을 때의 할머니 말씀은
환갑의 나이가 되어도 더 커져야 한다는 뜻인지
다시 두꺼워지는 생살
절룩거리는 장면을
바람은 할머니를 대신해 물어뜯고
사방이 빙판인 겨울은 얼마나 깊은 손톱자국이 났는지
지독한 각질이었다고
다음 표정을 도닥여 주는 눈이 내리기도 했다
조금씩, 사라지는
각질은 난처한 할머니 얼굴이다.
정남석_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검정고무신』, 『보들레르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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