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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김동호/구슬과 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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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동호
구슬과 공
누워도 구슬 앉아도 구슬
굴러도 구슬, 항상 한 모습
해서 구슬은 한 이름으로 족하다
그러나 공은 다르다
누워 있을 때의 공과
구를 때의 공 다르다
넓이-뛰기 할 때의 공과
높이뛰기 할 때의 공 다르다
어른의 손아귀에 있을 때의 공과
아기 손에 있을 때의 공 다르다
공은 한 이름만으론 안 된다
여러 이름이 있어야 한다
秋史처럼 또는 沙翁처럼
큰 주름 골진 곳들
각각의 이름으로 비춰줘야 한다
野獸와 귀신
둘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눈에 보이고
하나는 눈에 안 보인다
하나는 총을 쏘면 죽지만
하나는 총을 쏴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점이 있다
둘 다 빛을 무서워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들을 만나
고슴도치처럼 앙크랗게
가시를 세우고 발발 떨다가
숨겨둔 비상등을 꺼내 확- 비취면
야수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고
귀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빛 한 끝만 잡고 있어도
저들 근접 못 한다
**약력:197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다』, 『꽃』, 『피뢰침 숲 속에서』, 『詩山 일기』, 『老子의 산』, 『나는 네가 좋다』, 『壺壺의 집』, 『나의 뮤즈에게』, 『오현금』. 성균문학상 수상.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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