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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박일/해바라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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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일
해바라기
굳이 햇빛을 원하지는 않으나
너의 눈빛만은
따르겠다
네가 가는 대로 마음을 움직여
늘 손닿을 만큼의 거리에
서 있겠다
비바람이 불어도 아니 폭염의 불빛
불바다 속에 있다 하더라도
아무에게나 흔들리지 않겠다
숫사자 갈기처럼 돋아나는 꽃이파리의
노오란 눈물을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겠다
다만 태양에게 기도하듯 말없이
너의 목소리를 바라만 보며
시간이 흐르면
그 소리의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
눈물기 많은 꽃잎답게
너의 눈망울 속에서
손이 따스한 언어의 그림자로
다시 태어나
봄마다 싹을 틔우고 그리움이 되어
구석진 골목의 한 모퉁이
풍경으로만 남겠다
개심사 배롱나무에게
자네 그림자는
무량수전 부처님 눈빛으로
남아 있네 그려
허리를 낮추어야만 보이는
들꽃의 얼굴이 되어 있네
대웅전 뒤틀린 기둥이
구부러진 허리를 펴고 앉으면
연못에 빠진 구름처럼
자네는 풍경소리를 처마에
매달고 있네 그려
쓸쓸함이 고요함의 내면에
숨어 있는 날에는
바람까지 붙들고
자네는 연못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네 그려
**약력:198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사랑에게』, 『바람의 심장』. 인천예총예술상 문학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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