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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조연호/칸트의 밤꾀꼬리 구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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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19회 작성일 17-01-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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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연호




칸트의 밤꾀꼬리 구절



「밤은 급히 신전으로 몸 팔러 가는 어머니이니……」
동냥 받은 누더기 강으로 안개의 발목을 이어붙이고 있자면
퇴적은 두께가 없는 신 하나를 서적에 남겨두고 이곳에 온다.
돌이 가라앉는 곳이 돌을 처음 발음한 곳과 같지는 않을 거라고 밤이 말하지만
하늘은 뭔가 쌓아두는 곳이라기엔 늘 모성과 유두가 사라져간다.


칸트의 밤꾀꼬리 구절을 읽는다.
처녀신의 수줍음도 얼마 가지 않아 흉하게 될 것을 알고
다시는 세상사의 기록에 젊게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체가 원리이기 때문에 그러했고
질료가 형상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러했다.
죽을 수 없어 감격하는 폐품으로부터 살 수 없어 호화로운 폐품에까지
편집자의 관점에서 우박과 천둥소리를 적고나서
마음이 혀처럼 뒤틀리리라.


그러므로 우리로 굳어가려는 자는
절대적으로는 있지만 선한 형태로는 없는 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이의 아들은 눈물샘 대신 침샘이 흐르는 사람이 되리니……」
그것은 고귀한 구절이지만 어느 부분도 쾌인의 지능에는 뒤떨어지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세상은 나와 같은 악인은 감히 쓸 수 없는 맑은 시일 것이므로


오 아무리 자연이 단순해지기 위해 단순함보다 많은 것을 한다 하여도
오 내일을 오늘로 불러옴이 미래의 능력을 벗어나 있다 하여도
아마도 밝음이 어둠의 위치인 것처럼 저희는 살아갈 것입니다,
오 그것이 아무리 되먹지 못한 자연이 시에 남긴
더러운 구족증鉤足症의 글자라 할지라도.


밤꾀꼬리가 운다. 발 아래 깨버린 사랑은 그것이 직무인 한에서 앞장설 신이리라.
밤꾀꼬리가 운다. 주어의 꼬리에 밀원蜜源식물을 꽂아 술어의 벌레를 꼬드기며.
영리해서가 아니라 악습적이기 때문에 그러했던 한 마리는
펄럭이는 가리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사詐된 마음으로 가만히 씹는 도덕 시인의 살점엔 잘 이어붙인 바람이 불었다.
밤꾀꼬리가 운다. 음音은 원래 뜻의 생략형이다.







만찬 중 떠올린 의무
―시인들, 그대들 모두를 적대시하며





두려움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비로소 지능이 되었

다. 두꺼비는 처음에는 다람쥐를 물고 있었다. 그러다 몸에

여러 개의 손발이 달린 후로 점점 눈치를 보게 되었다. 창

가 선반에 올라가 내 머리 위로 떨어뜨릴 예리한 도구를 쥐

고 기다리는 걸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그는 그저 험악

한 생김새의 작고 무해한 생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지

능을 가질 때는 내가 그것에 대해 지능을 가질 때다. 니체

처럼 말한다면, 그것이 심연을 가지면 나 역시 그것에 대해

심연을 가진다.




깨진 게의 등에 손가락을 넣어 후볐다;
절박한 것이 훌륭하지 않을 리 없었다.
시적 위대함으로 채워진, 궁핍의 의무가 떠올랐다;
읽을 수 있어선 안 되는 것을 아직 증오하고 있다고 말해도
울어버린 것들 사이엔 의미가 달라붙는 성질이 생겨 있었다.
곤충잡이여, 길게 자란 황혼의 더듬이를 베어라;
불안이 안도보다 빨리 상한다는 걸 그러나 베인 자는 알지 못한다.






깨진 게의 등에 손가락을 넣어 후볐다;
절박한 것이 훌륭하지 않을 리 없었다.
시적 위대함으로 채워진, 궁핍의 의무가 떠올랐다;
읽을 수 있어선 안 되는 것을 아직 증오하고 있다고 말해도
울어버린 것들 사이엔 의미가 달라붙는 성질이 생겨 있었다.
곤충잡이여, 길게 자란 황혼의 더듬이를 베어라;
불안이 안도보다 빨리 상한다는 걸 그러나 베인 자는 알지 못한다.

그런 날 시인의 살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시기를 닮았다: 우선은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가지고 형태를 완성해간다. 그런 후의 실재는 감정이 변한 모습이 된다. 그리하여 미쳐야할 사람은 골방에서 사색하고 이미 미친 사람은 정원에서 관찰한다. 그것은 없는 것에 대해 사념해야 하는 사람과 있는 것에 대한 사념을 없애야 하는 사람의 동등한 숙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수치이지 자랑일 수 없다. 자기 숭고의 꼭대기까지 기어올라간 거대 벌레 기질의 문필가-서적판매상의 혼혈인이 그러한 것처럼, 쓰는 것에겐 말하는 것의 불멸이 작가 살해에 실패하는 두꺼비 상태로밖에 이해되질 않을 것이다.


아아 그리하여 가난 유괴범 황혼 유괴범이여, 닭을 주랴 개를 주랴 아니면 뱃속에 담긴 아기를 주랴?
인간이 식물에게 흘러들어가는 소리는 아름답지만 그건 잡귀에게나 해당하는 걸 아는 테마가 목동의 별을 뒤따른다.

만찬 참여 시인들이 초원의 입방정을 나누는 시기에
목축술을 변증술사의 원예술園藝術이게 하는 시기에
균을 나누는 대학질瘧疾 시기에


살아있는 것에 깐 알처럼 어린아이의 귀는 남모르게 자라는구나.
그러나 자연이란 돌아서서 생명의 모든 것을 조각내는 칼 도마와 다르지 않구나.


-안에 뭔가 기생하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그녀의 원충原蟲은 사람을 먹은 힘으로 숲을 가로지르고
완치자인 신과 충돌하기 위해
술을 채운 장난감 모양을 하고
연료를 다한 무덤 위로
오 추모의 빛이 내린다.






**약력: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암흑향』, 『농경시』, 『천문』, 『저녁의 기원』, 『죽음에 이르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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