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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박서영/덧셈과 뺄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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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357회 작성일 17-0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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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서영





덧셈과 뺄셈



밤비가 오면 좋아요?
당신이 물었을 때
내 귀는 빗방울들이 사라지면서
부딪치는 소리를 듣는 방이 되었지요
사랑스럽고 애틋한
물소리들의 방이 깊어져 갈 때


우리가 몇 번이나 만났어요?
먹은 밥은 몇 그릇이나 됩니까?


다시 당신이 물었을 때
내 귓속엔 퍼내 버려야할 기억들로 채워진
눈물의 방이 하나 생겼다는 걸 알았지요
나는 계산을 할 수 없는 사람
답을 내릴 수 없는 사람
그동안 함께 먹은 밥은 몇 그릇일까
우리는 몇 번이나 만났을까?


이별 중에 압권은 역시 주고받는 말들이지요
추억을 셈하기 시작하면서
입술에 눈물버섯들이 자라기 시작했지요


거울을 보면
내 얼굴엔 숲속의 동물사체 썩은 곳에서 자라는
우산가루눈물버섯도 돋아나 있어요


비를 막아주었던 우산도 산산조각 났으니
그러니까 이별이여,
나는 아무것도 계산하지 못하고
답도 해 줄 수가 없으니


썩어가면서 발생하는 독한 말들이
심장까지 번져도
여전히 빛나는 바람과 햇살과 밤비 내리는 소리


당신이 셀 수 있는 것들을 말할 때
나는 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요
나는,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벌을 혹독하게 받는 중이랍니다








항구의 시간



여관방 문을 열면
낚시갈치들을 매달아놓은 빨랫줄이 보인다
줄은 정확히 바다의 물결들 속에 포함돼 있다
말라가는 갈치들이 흰 커튼 같다
하늘하늘 거리며 세계의 무늬들을 감춰주는 비린내
돌아올까, 나는 잠시 사랑하고
잠시 기다려보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를 태우고 돌아갈 바다의 무덤이 돛을 올릴 때까지
나는 배경처럼 창문 뒤에 서 있을 것이다
기다림의 헛된 방식인 눈물, 
늙은 어부는 떠난 이들이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줄에 묶어 말리고 있다
이곳에 온 적이 있는 것들을
저곳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것은
다 털어내고 나면
혼이 나가버린 계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약력: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좋은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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