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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김상숙/컴퓨터와 뭉기적거리며 놀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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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58회 작성일 17-01-0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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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상숙





컴퓨터와 뭉기적거리며 놀다




컴퓨터에서 뭉기적거리다를 찾는데
누가 이마에 그물을 치는지
어물어물 뭉기적거리다가
슬그머니 도마뱀 꼬리를 웅크렸다 펴듯
뭉그적거리다로 바뀐다
깊숙이 들어 가보면 뭔가 맹글한 게 캥겨서
맹기적맹기적 걸리는 게 있겠지
만만한 게 어디 있겠어 느물느물 맹기적거리다를 이어가는데
혹시 뭉기적거리다 찾으세요?
쯧쯧 말짱 도로아미타불이다
뭉기적이란 말은 북한에서 주로 쓴다는데
눈치꾼이 게으른 몸에 우물우물 지적질 해대는
표준말 아니나 능히 사전에 얹혀있다는
나같이 잘 쓰다가 질문이 생기면
꾸물꾸물 미적거리는 대답으로
저 아랫녘 사투리 쓴다꼬 누가 뭐라카겐능교
안 잡아가이 밍기적밍기적 그냥 쓰소
오늘따라 뭉글뭉글 뭉개지기만 하는 내 입술
낚시 바늘에 꿰인 듯 걸린 목구멍에서
동의어끼리 뭉기적 뭉그적 뭉그러지는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마귀 두 마리가 풀 더미에 매달려 있다
속이 텅 비어있는 서늘한 수컷
그 속내에 암컷이 뜨거운 눈 화살을 퍼붓는다
무슨 일인지 바람이 그들 사이를 더 벌려놓는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호기심이 자꾸 시선을 빼앗는다
깡마른 부들이 가운데 끼어 말문을 열다말고 부들부들 떤다
끼어들다가 심히 낭패를 본 게 분명해
저 부들 입속에서 우물거리고 있는 사건의 전말 무얼까
껍데기만 남은 수컷을 보고 세간에서는
남편 잡아먹은 몹쓸 년!
낭설이 낭설로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실체가 없는 것에 더 익숙해진
추문이 만발한 숲속
마누라가 한둘이 아니다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했다
본처가 여러 번 119에 실려 갔다는 등
멍이 든 말이 더 진실에 가깝게 들린다
애욕으로 몰아가는 허무한 음모가
강의 상류에서 펌프질을 하고 있다
뜨겁게 달구는 애사는 계속 이어진다







**약력:2003년 시집 『강물 속에 그늘이 있다』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물렁물렁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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