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64호/신작시/김안/가정의 행복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372회 작성일 17-01-03 23:35

본문

신작시

김안





가정의 행복*




또 한 사람이 죽었다. 낡은 막국숫집 천장에는 거미 없는 거미줄.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헤아려 본다. 헤아리고 본다, 평범을 강요하던, 아직은 평범을 살아 내고 있는 가족들을, 평범의 폭식과 폭력들을. 텅 빈 뱃속과 마음이 당위로 추동당할 때, 거미가 사라진 곳을 헤아려 본다. 막국수를 먹는 나의 적당한 가족을 본다. 하지만 이게 전부이던가. 여보, 우리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멸망할 수는 없을까, 우리에게 할당된 슬픔은, 불행과 동참의 몫은 채워지는 허기의 넓이뿐이었나. 허기를 채우는, 썩은 양수 속으로 방생되는 시대의 사체들처럼 뒤엉킨, 거미 없는 거미의 집.

  

*가정의 행복 :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빌렸다.






가정의 행복




사람들을 배경으로 역사는 흔들리고, 몇몇은 흔들리는 역사에 기생하고, 더 많은 몇몇은 사라진다, 영영 멸종된다. 하지만 독재자의 피도 빨갛다는 사실. 흉부와 머리에 휑하니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을 들여다보며 몇몇은 광기를 배우며 평범해진다. 평범과 평화. 평화를 곡해하는 동안 평범한 광기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가정의 행복이 된다. 그렇게 나는 주물에 찍힌 듯 점점 살이 오르며, 마음 없이 진화하고 있다. 평화의 시뻘건 양수羊水 속에서.







**약력:200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오빠생각』, 『미제레레』. 제5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