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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이효림/이 내용은 뭡니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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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40회 작성일 17-01-0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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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효림





이 내용은 뭡니까



아파트 속에 있나
카펫에 앉아 돌아본다 치자
외국말을 하나 블랙커피를 먹고 블랙껍질을 벗나


비늘을 치고 흐르는 피를 깨끗이 씻으면 입구가 보입니까


내용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살아서 기어 나오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겠다니


우리는 내용만을 취급하는 그룹입니다
한두 번 껍질을 까놓은 것으로는 내장을 몰라서


밥을 먹고 설악산을 가고 잽싸게 차를 훔쳐 달아납니다
빨대로 대륙횡단 열차를 끌어와 네게 준다한들 길은 지루한 국경을 넘고 음악은 깨어져 가루로 날아갑니다 오늘은 평범한 공원의 성격을 바꾸기로 합니다 녹지 않고 부서지지도 않는 꽃들이 웃고 춤추고 밤샘통화를 한다 기록할까요


피는 점점 희미해지고
멀어져가므로 불가사리는 불가사리의 내용을 모르고 햇빛은 햇빛을 모르고 친구는 물고기자리를 고기라고 믿어버립니다 은색은 은색을 모르고 존경은 두통으로 지리멸렬 흐르고


나의 내용이 세모인지 네모인지
짐승을 끌어낸 가죽구두가 네 발로 걸어갑니다







거리의 따뜻한 노래가 내게는 들리지 않았네




귀를 팔에 걸고 나왔네


내가 걸고 다닌 얼굴들 차들이 그 이름 밀며 갔네


막 시작하는 푸른 오늘이 서 있었네


샴푸 향은 다정하거나 두근거렸네


웹 지도는 운명선을 보여주는 겨울 취미였네
거리는 행인에게 새로운 도시를 나누어 주었네


추운장갑 위로하며 햇살은 손을 잡았네


얼음이 물꽃이며 참 좋겠네


두 개의 신발은 나란히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백 년 전 사람


가장 오래된 얼굴로 파란불을 기다렸네

논쟁은 논쟁끼리 가 보지 못한 나라를 떠돌고


죽은 척 죽지 않는 겨울 사물들


거리의 따뜻한 노래가 내게는 들리지 않았네


지금 가만히 서 있는 저 여자를 이해해야겠네


내게 와서 죽은 너를 몰래 버려야겠네


주석 없는 길은 또 어려웠네








**약력:2007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명랑한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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