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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신작시/김지요/구름의 門에 기대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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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지요
구름의 門에 기대어 외 1편
―s시인을 추모함
구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내가 있었네
왜소한 어깨 한쪽이 기울어지도록
발 한쪽은 허공에 한 쪽은 지상에 두고
천칭을 기우뚱거리며 가까스로 살아있었네
하늘에 닿을 수 없는 하루를 중얼거리며
구름을 빚을 때 만큼은 작은 눈이
깊고 푸르게 반짝였네
걸을 때마다 솔기가 튿어진 구름이
폴폴 날리곤 했지
몸을 날려 하늘에 닿는 날도 있었네
담배 연기로 구름을 빚느라
몸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하늘에 닿아
구름의 몸을 입은 사내가 있었네
전리품들은 황홀했네
구름이 아름다운 건 끝없이 몸을 바꾸며
사라지기 때문일 거야
시가 없는 그는 한낱 연기일 뿐이네
사람들은 그를 추억하며 말하겠지
지나가는 구름일 뿐이었다고
한 줄기 맵찬 연기가 허공으로 사라지네
우주의 천칭이 아주 잠깐 흔들렸네
덫
비법을 전수 받아 그들을 초대한다
바나나 껍질을 컵에 담고
드나드는 통로를 차단한다
금세 펼쳐지는 파놉티콘
날개짓보다 빠르게 퍼지는 소문
바나나를 파고드는 초파리들
훼방꾼이 컵을 건드리자
온통 소란으로 북적인다
치명적 달콤함과 죽음은 조용한 이웃
죽어도 좋을까 죽어도 좋아
누구도 불러들일 수 없는
한줌의 공간을 줌으로 끌어당긴다
출구 없는 착란 속으로
내가 또 다른 내가 붕붕
천국 혹은 지옥
**약력:2008 계간《애지》로 등단. 시집 『붉은 꽈리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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