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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서대선/보금자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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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서대선
보금자리
가파른 절벽도
산양에겐 안전한
보금자리
허공도
거미에겐
성찬 가득한
보금자리
바람 부는 들판도
풀벌레들에겐 포근한
보금자리
어딜까
그리운 것들이
잠들 수 있는
보금자리는
바나나는 누가 먹었을까
미끄덩
새벽기도 나섰다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진 여주댁
아버지 노름빚에 미끄러진
열두 살 남의 집 살이
깡보리 누룽지도 허기지던 나날들
바나나 껍질만 남은
늙은이 가래침 받아내며
얻은 품삯
열 배로 불려준다던 장돌뱅이 사내
개망초 꽃씨 하나 남겨두고
어느 장바닥을 돌고만 있는지
달콤한 바나나는 먹어보지도
못했건만
바나나 껍질만
딴지 걸던 나날들
깁스한 한 쪽 발
껍질 벗긴 바나나 같다며
마른 눈을 비비는데……
**약력: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2014년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상(문학부문),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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