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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이경은/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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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62회 작성일 17-01-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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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경은








어머니의 일생은 비 맞는 일이었다
장맛비 쏟아져도 살 부러진 우산도 없이
골목길을 달려 월사금을 꾸러 가셨는데
밤새 앓았던 어머니의 몸살은 비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비를 피하지 못했다
월급 삼만사천 원에
책가방 일곱 중 대학생 셋,
벽지 근무도, 외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 집안에 비는 멈추지 않고 내렸다
아들의 책상에 수험서가 쌓이고
아들의 꿈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깨를 짓누르면
두 분은 가난한 하늘만 바라보았다



사법서만큼 복잡한 아버지의 밤이 뒤척거리고
어머니의 생각은 아들이 읽는 활자보다 많아
밤을 읽어내는 숨소리가 흔들리곤 했다



비는 멈추지 않고 아버지가 된 아들이 맞는 우기雨期
오래된 아버지 어머니의 흑백필름에 내리는 비처럼
또 다시 총천연색으로 비가 내리고,
이제사 부모님이 맞았던 비의 속내를 이해할 것 같아
그까짓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다.







어머니의 땅



어머니 좋아하시던 영산홍이
4월 햇살에 하느적 하느적 떨어지던 날
어머니 영산홍 꽃빛 따라 먼 길 가셨다



시골 부자는 일부자라고 하셨다가
그래도 땅만큼 솔직하고 숱한 것이 없다고 하시던
닳은 손톱 밑, 누런 고무신 속
낡은 몸뻬 가랑에 젖은 적삼깃에
어머니의 일생은 황토밭이었다



어머니 길 떠나신 날
자식들 한철 울음 울어
가뭄으로 흙먼지 날리는 황토밭에
마른 뗏장 입혀 어머니의 生을 덮었다



죽어서 겨우 한 평 차지한
어머니의 집에 비가 쏟아지자
자식들 파랗게 일어서는
어머니의 땅을 보았다.








**약력:2014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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